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그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장마라고 하지만 며칠간 밤에만 비가 많이 왔지 낮에 이처럼 많이 오기는 올여름 들어 처음이다.
내가 사는 전북 군산엔 전날 14일 하루 동안 372.8mm의 비가 내렸다. 1968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이란다. 재난 알림 문자도 계속 날아온다. 밖에 나자지 말라는 문자지만 나는 외출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부탁했다.
"여보. 나 인쇄소 가야 하는데 좀 데려다 주세요."
"이 빗속에? 다른 날 가."
"아니에요. 내가 그림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작업을 못해요."
차를 타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으로 걸어간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는데 옷은 어느새 흠뻑 젖었다. 빗속을 뚫고 운전을 하지만 길거리에는 사람도 없고 운행하는 차량만 빨간 불을 켜고 조심조심 거북이처럼 나아간다.
인쇄소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2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비가 어찌나 퍼붓는지 우산이 무용할 정도다. 옷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젖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1시,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두 시간 뒤인 3시께 연락이 왔다. 오늘은 곧장 퇴근하란다.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여 퇴근길에 무슨 사고라고 날까봐 그런가 보다.
집으로 돌아와 또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있는데 메신저로 여러군데서 사진이 왔다. 여기저기 물난리란다. 낮은 지역 아파트에 차 오르는 붉은 황토물이 보인다. 심은 지 오래되지 않은 모도 물에 잠겼다. 농부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계속 쏟아지는 비가 야속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