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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성욱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콘테이너 숙소 바닥이 그대로 노출돼있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콘테이너 숙소 바닥이 그대로 노출돼있다. ⓒ 김성욱
 
"물. 여기. 무서워."

14명의 사망자가 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한 비닐하우스. 한국에 온 지 5년 됐다는 태국인 노동자 A(37·여)씨는 18일 오후 또다시 굵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거듭 "무서워"라고 했다. A씨는 손을 배꼽 가까이 대고 하우스에 물이 차올랐던 높이를 설명했다. A씨는 폭우 피해가 심각했던 15일 당일은 물론 현재까지 청주시청 등으로부터 그 어떤 재난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가슴을 쓸었다.

A씨를 비롯한 태국 노동자 3명이 살고 있다는 오송읍 궁평리의 방 3칸짜리 컨테이너 숙소는 오이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입구와 연결돼 있었다. 못 쓰게 된 비닐장판을 들어낸 뒤라 녹슬고 울퉁불퉁한 컨테이너 바닥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흙탕물 범벅이 된 옷가지와 물 먹은 서랍장, 소파 등 세간살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물에 잠겼던 위치보다 낮은 곳에 전기 콘센트가 있어 한눈에도 위험해 보였다. 노동자들은 농작물을 담는 노란 박스를 뒤집어놓고 그 위에 앉아 생활하고 있었다.

태국 노동자 3명은 평소 농장주 부부와 함께 30개의 비닐하우스를 맡아 오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오이들이 땅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궁평리 주민들은 "오이 한 박스에 3만 원인데 피해가 도대체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된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 저지대는 사람 머리 하나만 간신히 밖으로 내놓을 정도로 모두 물에 잠겼었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성욱
 
"우두머리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간단한 영어도 통하지 않아 핸드폰 번역기로 '물이 찼을 때 무서워서 어떻게 했나'라고 묻자, A씨가 화면을 내보였다. '우두머리'는 농장주를, '그'는 태국 노동자 3명 모두를 뜻했다. A씨 등 3명은 "비가 많이 왔던 3일 전(15일) '사장님'이 우리를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고, 밤에는 별도의 공간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A씨는 번역기에 "(물이 빠지자) 2일 전에 (비닐하우스 숙소로) 돌아왔지만, 아직 여기서 자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다.

재난안내 못 받은 이주노동자들... 14명 사망 참사도 몰랐다

태국 노동자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진 15일에도, 그 이후 지금까지도 청주시로부터 단 한 번의 재난 고지나 대피 안내도 받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비닐하우스 숙소 인근 지하차도에서 14명이나 사망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A씨와 함께 거주하는 태국 노동자 B(36·남)씨는 도리어 기자에게 "사람이 그렇게나 죽었다는 거냐"라고 되물으며 놀라워 했다. 이들은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뉴스는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지자체로부터 수해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증언은 사실이었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개별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재난 고지가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했다.

비닐하우스를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해지자 A씨와 B씨는 "또 3일 전처럼 숙소로 물이 찰까 무섭다"고 했다. 이들에게 '주변 비닐하우스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나'라고 묻자 "옆 하우스에 4명이 살고, 그 외에는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말을 듣고 옆 비닐하우스에 가봤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3800여 명에 이른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성욱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이고 있는 화면은 하우스 주변으로 물이 들어찼던 상황이다.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이곳에서 거주하는 태국인 노동자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침수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이고 있는 화면은 하우스 주변으로 물이 들어찼던 상황이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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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지하차도참사#폭우#침수#외국인노동자#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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