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양평고속도로 관련 논란을 반박하는 25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19일 현재 58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 수많은 언론에서 영상 속 원 장관의 반박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런 언론이 내용적 허점을 지적했기에, 이 글에선 내용이 아닌 영상이 올라온 방식이 적절했는지 다뤄보려고 한다(관련기사 :
억지 논리 수두룩... 원희룡은 정말 '양평 일타강사'인가 https://omn.kr/24rzz).
해당 영상은 본인의 이름을 본딴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게시됐다. 해당 영상은 같은 날 국토교통부(국토부)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왔지만, 구독자 17만인 국토부 유튜브 채널의 해당 영상 조회 수는 19일 현재 채 1만 회가 되지 않는다. 같은 영상이지만 원 장관의 개인 채널(구독자 수 23만)의 조회 수가 60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현재 원희룡TV에 공개된 영상은 총 26개로, 이 중 23개가 국토부 유튜브에도 '원희룡 특강'이라는 이름 아래 공개돼 있다. 모두 국토부와 관련된 현안들을 다루고 있다. 다만 같은 영상이라도 제목과 썸네일은 양 채널이 다르다. 국토부 유튜브 채널 영상의 제목 및 썸네일이 다소 딱딱한 형식이라며 원희룡TV의 영상은 훨씬 자극적인 문구로 장식돼 있다.
영상의 내용이 국토부와 관련된 현안이라면 해당 부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국토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양평고속도로 관련 논란을 반박하며 원희룡TV의 쇼츠 영상 링크를 첨부했다. 국토부가 공식 채널 대신 원 장관의 개인 유튜브를 공적인 사안에 활용한 것이다. 이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장관 개인 명의의 채널이 부처 현안을 알리는 데 쓰인다면, 사실상 장관 개인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후 원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부처 현안을 다루며 얻은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적 사안을 다루며 얻은 영향력이 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양평고속도로 논란 반박 영상만 보더라도 원희룡TV의 경우 "정치 모략으로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은 과연 누구입니까? 이재명 대표는 이 영상에 답을 하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을, 국토부 유튜브의 경우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아니다! 두물머리 교통난 해소 최적 노선 어디?"를 제목으로 사용했는데, 전자가 훨씬 정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이는 부처가 다루는 공적인 사안을 원 장관의 사적 목적 아래 활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모습은 원 장관이 취임 이후 첫 공개 영상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지나치게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유튜브 활동을 허락받았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물론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운영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넘나들며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면 마냥 좋은 의미로만 해석되긴 어렵다.
한편 19개 정부 부처 중 원희룡 장관처럼 장관 개인의 유튜브 채널이 존재하는 경우는 총 7개였다. 이 중 최근 1년 내 영상이 게시된 장관은 원 장관을 포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채널명: '권영세 TV'),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채널명: '이영TV')으로 총 세 명뿐이다.
권영세 장관의 유튜브 채널은 대부분 권 장관이 통일부장관으로서 언론과 인터뷰하는 영상들과 행사 축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영 장관은 대다수 영상 썸네일과 내용이 중소벤처기업부에 게시된 것과 같다. 둘 모두 평균 조회 수가 부처가 운영하는 공식 영상의 조회 수에 비해 10배 이상 낮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 각료 중 원희룡 장관과 비슷한 경우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윤석열'을 활발히 운영 중인 반면 대통령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19개 부처가 모두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대한민국정부'가 있긴 하지만 10년 전부터 운영해 온 데다 전반적인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설명하는 채널이기에 대통령실에 국한된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원희룡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공사구분의 인식이 희미해 보인다. 두 사람과 국토부, 대통령실이 공직자로서의 자신과 사인으로서의 자신을 명확히 구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