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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지료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지료
ⓒ 국토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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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가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백지화 선언 17일 만에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양평고속도로가 하루속히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모든 자료 공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거짓 vs 진실' 등의 게시물을 올려놓은 뒤 관련 자료를 게시했다. '모든 자료'에는 종합검토 PPT, 예타 및 대안 비교표, 사업비 비교 등의 자료가, '바로 알기'에는 추진 경위와 보도자료, 카드 뉴스 등이 포함돼 있다. '거짓과 진실'에는 "외압이 없었다"는 등의 기존 입장이 담겨 있었다. 

국토부가 사용한 표현은 '정상화'지만 사실상 장관의 백지화 선언을 뒤집고 재추진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국토부의 주장에서 몇 가지 이상한 대목이 보인다. 

① '사실무근 괴담'?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기술적 분석, 지역 의견 등을 바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장 좋은 노선을 찾아가는 단계에 있었다"면서 "그러나 7월 초 고속도로 사업이 사실무근의 괴담으로 중단됐다"고 적어놨다.

국토부는 '사실무근의 괴담'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배우자 일가 소유 부동산과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과의 연관성은 반드시 풀어야 할 의혹에 속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양평 일대 토지의 지목변경 등의 특혜 의혹까지 불거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과 국회, 언론이 관련 의혹을 검증하지 않는다면 되레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② '중단'은 원희룡의 독단적 결정 

국토부는 사업 중단의 원인을 '사실무근 괴담'으로 꼽았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는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독자적인 결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공언했다. 또한 그다음날인 7일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장관의 독자적인 최종 백지화 결정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원 장관은 백지화 배경에 대해 "양평고속도로를 가지고 (민주당이) 거짓말 선동 프레임으로 몰고 가서 정치적으로 재미를 보려고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며 "앞으로 우리 김건희 여사를 임기 내에 계속 민주당이 (이 건을) 걸고넘어지려고 할 텐데, 그런 상태에서 도저히 추진할 수가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원 장관 스스로 정치적인 이유, 더 나아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사업이 소모적인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이라고 밝혔지만, 의혹 검증을 정쟁으로 만든 원인 제공자는 오히려 원희룡 장관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틀 전만 해도 누군가의 특혜를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이 강했는데, 어젯밤쯤부터 인터넷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원희룡 왜 저래'로 바뀌었다"며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게 농담처럼 나오는 말이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노선을 어떻게 변경했냐 문제에서 원희룡 왜 저러냐로 바뀌었다. 어떻게 된 건지 좀 의아하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이후 국토부장관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국책 사업을 장관이 임의대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③ 재추진 이유? 국토부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새벽 3시 30분경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명이 사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새벽 인터뷰 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지난 17일 새벽 3시 30분경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명이 사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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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다양한 자료를 게시했지만 백지화에서 재추진으로 왜 바꾸었는지, 그 이유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특히 10년 넘게 끌어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17일 만에 백지화에서 재추진으로 바뀔 수 있는지 그 자체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21일부터 '온통광장' 페이지를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국민 질의를 받은 후 원희룡 장관이 직접 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재추진의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4일 현재 '온통광장'엔 60건의 질문이 올라와 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나온다. 국토부가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고 변경안을 추진하겠다는 확고안 의지가 있었다면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부동산 특혜의혹이 제기됐을 때 지금처럼 자료를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았으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서울-양평고속도로, #원희룡, #최은순, #김건희,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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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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