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백선엽 예비역 대장 동상에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로 하자, 독립운동가 후손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구한말 대한광복회 지휘장 백산 우재룡 지사의 장남인 우대현(79)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가 24일 "친일인사가 거대 동상으로 국민 앞에 영웅시되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 대표는 "최근 사회 일각에서 헌법 내용을 호도하고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민주이념의 정신을 부정하는 일련의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친일에 앞장선 자들의 후손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공로를 폄훼하고 독립운동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백선엽이 친일파 아니다? 독립운동 헌신한 독립군은 뭔가"
그는 일련의 행태로 ▲일부 보수세력이 1945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주장하는 것 ▲국가보훈부가 독립유공자 포상심사기준을 변경해 독립운동에 공로가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포상을 취소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들었다.
또 경상북도가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관장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하는 등 친일성향이 뚜렷한 검사 출신을 임명하고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적극적인 것 역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부끄럽게 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25년 임시정부 때 탄핵당했을 뿐 아니라 4.19혁명으로 쫓겨난 인물임에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공언하고, 백선엽 대장은 친일행적이 뚜렷함에도 친일파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그러면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군은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과 트루먼의 대형 동상이 기습 설치되고 제막식을 앞두고 있는 것에 대해 "이승만 일당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은 팽개치고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과 국내 독립운동을 주도한 광복회 인사들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독립군은 가고 없지만 유족으로 남은 우리들은 지금의 세태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와 보훈부의 행태에 양심적인 국민과 함께 저항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의 아버지 우재룡 지사는 구한말 독립운동가로 1907년 정용기가 일으킨 의병에 가담해 연습장으로 있으면서 일본군을 습격하는 등 의병활동을 하다 일본군에 체포됐다 1911년 한일병합 특사로 석방됐다.
이후 1915년 박상진, 권영만과 함께 광복회에 가담하고 3.1운동 때 주비단을 조직해 중앙 총책임자가 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 1921년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무기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 지사는 해방 후에도 대한광복회를 재건해 독립운동 유적지를 정화하는 사업에 전념했으며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
27일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
한편 경상북도는 오는 27일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한다고 밝혔다.
이승만·트루먼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지난 2017년 제작한 두 동상은 서울 전쟁기념관과 주한미군 영내에 설치하려 했으나 거부당하자 경기 파주에 보관돼 있다가 지난 6월 16일 새벽 다부동전적기념관으로 옮겨 세웠다.
경북도는 지난 5일 백선엽 대장 제막식 때 두 동상의 공개를 검토했지만 정치적 갈등을 우려해 연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열린 제막식에서 "동상을 만든 독지가가 3년을 헤매다가 저를 찾아왔다"며 "왜 이런 어른들이 갈 데가 없는 나라가 되었느냐. 아직도 자유대한민국이 옳게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