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봉작 <디스 민즈 워>라는 영화가 있다.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멋진 특수 요원 두 명과의 삼각관계를 재미있게 그리는데 마지막에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죽을지 모르는 순간에 어떤 남자를 고를 것인가. 그때 한 선택이 진심이라는 마음.
지구를 지키는 옷입기를 하고 싶지만 옷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는 이미 파괴에 속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옷을 입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덜 파괴하는 옷입기의 기준을 세워 선택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세 가지를 가져왔다.
1. 사회적 효용감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차피 쓸데없는 짓이야'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봤을 때 모든 일이 헛수고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적다.
그런 사람들은 덜 파괴하는 아주 작은 사소한 실천에 회의적이다. 한 명의 실천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그런 힘들이 모여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쓸모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사회적 효용감이다.
캡슐옷장 프로젝트나 333 프로젝트 등 옷을 많이 사지 않아도 충분히 잘 입을 수 있다는 활동이 알려지면서 사람들 역시 자기 옷장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 옷을 많이 사지 않아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혹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옷을 소비하고 있었네' 하는 깨달음이다. 한 사람의 힘이 작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사회적 효용감은 꼭 필요한 마음이다.
2. 친환경 힙수성(힙+감수성)
친환경을 힙한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걸 말한다. 셀럽들이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 종종 그들의 휘향찬란한 옷장을 볼 수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옷장이 3개가 넘어가도 많은 건데 그들은 모두 옷방을 따로 가지고 있으니 아이템 개수야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그 옷들이 다 입는 것들이냐 하는 것이다.
셀럽들은 보통 패셔니스타가 많으며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옷을 좋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옷을 좋아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옷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기질과 성향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안 입을 옷을 줄일 수는 있다고 본다.
택도 안 뗀 옷들로 옷장을 가득 메우는 건 스스로를 친환경 힙수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공표하는 일이다. 우리는 멋진 사람을 좋아하지만 앞으로는 옷낭비에 대한 인식은 '멋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3. 자기 만족감
자기 만족감은 자기 존중감이라고 할 수 있고 자기 긍정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나에게 만족하는 마음인데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수록 옷을 사는 행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옷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은 양 극단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예 자신을 포기했거나(옷을 사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갖고 있는 옷으로 만족하기에 추가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본다.
건강한 적정 소비는 후자에서 나타나므로 우리의 스타일과 옷생활의 지향점은 자기 만족감을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에게 '옷 잘 입는다'라고 '멋지다'라고 인정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기 만족감은 내가 나에게 느끼는 만족감이므로 타인의 반응에 좌우되지 않는다.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 자기 만족으로 옷을 입는 사람은 옷을 덜 살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리즈 위더스푼의 선택이 옳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죽음 앞에서 한 선택이 진심이었을지라도 인생에서는 계속 내 진심을 흔드는 미션이 던져질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환경을 덜 파괴하고 싶어도 이미 우리의 삶은 파괴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위의 세 가지 마음을 가진다면 덜 파괴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선회할 수 있을 것이다. 덜 파괴하고 싶다면 죄책감이 아닌, 자존감을 키우고 사회적 효용감을 가지며 친환경 힙수성을 몰래 퍼뜨리자.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선순환 옷입기 연구소에서 악순환 소비 줄이는 쇼핑 각성 캠페인 <4칸 옷장 디톡스>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