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정부기관이 세종 지역 꽃집에 공문을 보내 교육부로 근조화환을 보내지 못 하게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견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세종 지역 화환업체들은 "정부기관으로부터 그런 공문 혹은 요청은 받은 적이 없고, 세종 지역으로 오는 화환 주문 물량을 다 소화할 수가 없어 정부세종청사 쪽으로 배송되는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기관들은 "관련 공문이나 지침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트위터 이용자 A씨는 "돌아가신 S초 선생님을 추모하는 교육부 앞 근조화환 행렬 군데군데 공간이 생겨 새 근조화환을 주문하려고 꽃배달 서비스에 연락했는데, (업체 측으로부터) '시청에서 공문이 내려와 세종지역 꽃집은 청사로 근조화환을 보내지 말라는(주문을 받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파장은 컸다. 이 게시물은 74만 조회수가량(1만 건 이상 리트윗)을 기록했다. 이어 A씨는 꽃배달 업체와의 통화 녹음 2개를 올렸다. 첫 번째 녹음 파일에서 통화 속 업체 관계자는 "지금 시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다고 해요. 세종 쪽에 있는 꽃집에서는 화환을 보내기 어렵다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녹음 파일 속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교육부 쪽에는 배송이 어렵다. 대략적으로 '못 받게 했다'고 요청을 주셔서..."라고 했다.
A씨는 언론을 향해 "세종 꽃집들에 내려갔다는 지시에 대해 취재해달라"며 "근조화환조차 새로 보낼 수 없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라고 썼다.
"행정기관에 개인간 거래 막을 수 있는 권한 없다"
첫 번째 녹음파일 속 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정말 정부기관이 세종의 화환업체들에게 '주문을 받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을까.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세종시와 근조화환 배송지인 교육부, 정부세종청사의 보안 등을 담당하는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모두 "그런 공문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돼 확인해봤는데 그런 공문은 없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정부세종청사에 화환이 많이 배송되기 시작한 건 7월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부터다. 현재까지도 국토부 주변에는 상당 수의 화환들이 늘어서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출입 및 보안 지침이 바뀌어 세종 지역 화환 업체가 배송을 기피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추가 지침이 나온 것은 없다"고 답했다.
충남세종 지역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공문 이야기는 잘못된 정보 같다. 행정기관에는 현수막·화환 등을 불법적치물로 판단해 철거를 진행할 권한은 있어도 개인간 거래를 막을 권한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라며 "'시청이 공문을 보냈다'는 건데, 정부세종청사와 관련한 일은 세종시가 관여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교사 추모화환 주문 많아... 업체들 "장례식장 쪽 주문 소화하기도 벅차"
<오마이뉴스>는 복수의 세종 지역 꽃집을 접촉했다. 취재에 응한 화환업체 모두 "'교육부 배송 불가' 공문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B화환업체 관계자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정부세종청사 쪽으로 들어가는 근조화환 주문이 많은 건 맞다"면서 "세종시 화환 업체가 6개 정도 있는데 규모가 작다. 장례식장 근조화환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도 매우 벅차서 정부세종청사 쪽으로 배송되는 주문 물량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화환업체 관계자 C씨는 "최근 교육부로 간 화환 상당수가 대전에서 제작돼 배송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간 담합 같은 것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업체 사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화환을 보면 꽃이 있고, 꽃을 받쳐주는 화환대가 있다. 화환에 사용된 꽃은 당연히 폐기되지만 화환대는 수거해서 재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부세종청사로 화환이 들어갈 경우, 화환대 회수가 어려워 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제작 배송한 업체에서 회수하는 게 좋은데, 정부세종청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타 지역 업체에 '화환 회수해달라'고 요청한다. 게다가 요새 안타깝게도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서 장례식장 화환 주문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정부세종청사로 들어가는 화환 제작·배송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상황이 됐다."
또 "전부는 아니지만, 요새 정부세종청사 쪽으로 들어가는 화환 주문은 소량이 아니고, 10개, 20개씩 들어온다. 업체들이 소화를 못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종 지역 화환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장례식장 주문 등을 소화하기도 벅차서 정부세종청사 쪽으로 들어가는 화환 주문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A씨가 올린 두 녹음 파일 속 업체들과도 접촉을 시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자가 취재 목적을 설명하자 "우리가 어제오늘 문의 전화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아나, 업무가 마비됐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른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