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누가 이 어린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나요. 함께 하겠습니다."
"애 많이 쓰셨어요. 선생님은 아무 잘못 없으세요. 부디 다 잊고 편안하세요."
"선배로서, 동료로서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경남도교육청 마당에 설치된 서울 S초교 교사 추모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쪽지에 남긴 글들이다. 교사들은 미안함과 함께 교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남겼다. 추모 쪽지는 이미 종이가 붙은 자리에 덧붙여야 할 정도로 빼곡하다.
"선배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저희가 교육하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힘내 보겠습니다."
"교실에서의 상황이 너무 그려지고 얼마나 막막하고 힘드셨는지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던 선배교사라서 미안합니다. 이제는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이제 우리 선배 교사가 나서겠습니다."
교사들은 "교단에 설 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거나 "S초교는 전국에 있습니다. 내가 당신이었고 당신이 나였기에 너무나 애통합니다", "내 일처럼 먹먹하고 슬픕니다. 고민하겠습니다. 그리고 행동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한 교사는 "같은 일이 반복돼도 인내하며 지내왔던 시간들이 죄송스럽고 후회가 됩니다. 이제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여 바꿔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민·교사 정치인까지... "교권회복" 약속
정치인, 노조 등 시민사회 인사들도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곳 분향소를 찾아 추모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우리 사회가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박종훈 교육감은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최송합니다"라고, 홍남표 창원시장은 "교권회복과 공교육 정상화에 힘을 모아 갔으면 합니다"라고 썼다.
장동하 창원산업진흥원장은 "교권회복,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로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라고,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선생님·학생 모두의 소중한 인권은 존중되고 보장돼야 합니다"라고, 김이근 창원시의회 의장은 "더 좋은 곳으로 가셔서 못다한 꿈 펼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허성무 전 창원시장은 "교권회복을 위한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모두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좋은 세상 만들겠습니다"라고, 전기웅 군북고 교사는 "선생님의 고통을 정말 잘 이해드립니다. 저희가 교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윤주 전직 교사는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교권확립과 교사의 존엄성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정혜경 진보당 창원의창지역위원장은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합니다. 행복한 학교 만들어 가는데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박쌍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가 마주하는 나라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학교 안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나라"라고,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 함께 지켜지는 학교를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
김진부 경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도 27일 오후 이곳을 찾아 추모 분향했다. 김진부 의장은 방명록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곳 분향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경남교사노동조합이 경남도교육청과 함께 지난 21일부터 운영했고, 28일 오후 마무리한다. 분향소에는 여러 단체에서 보내온 조화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분향소를 운영하는 짧은 기간에 수많은 교사가 함께한 것은 비단 이번 일이 특정 지역, 특정 학교의 문제가 아닌 교사 대부분이 겪었거나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로써 남 일이 아닌 본인의 일이라는 공감과 지금까지 교권 침해의 어려움을 교사 개인의 일로 방치해 왔던 교육 당국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각한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육감 고발제도 도입" 필요
이번 교사 사망을 계기로 교권을 살릴 수 있도록 관심과 함께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지난 5월 발표했던 '경남 교권 실태조사 결과'를 다시 언급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 이내 실제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는 전체 응답자 2082명 가운데 약 44%에 달했다.
교권 침해의 주체는 학생(약 59%), 학부모(약 49%), 관리자(약 25%) 순으로 파악됐다. 이 중 약 9%만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뿐 61%는 혼자 감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감내한 이유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79%를 차지했고, 30%가 '불이익이 걱정돼서'라고 답했다. 이를 언급한 전교조 경남지부는 "현재 갖춰진 교권 보호 체계에 대해 교사들은 신뢰하지도 못하고 불이익을 걱정하며 혼자 끙끙 앓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교사를 대상으로 즉시 '교권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경남지부는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악성 민원 대처 강화를 위해서는 ▲심각한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육감 고발제도 도입 ▲업무시간 중 교사의 직접적인 민원전화 응대는 수업 이후, 녹음되는 학교 전화기를 통해서만 수행 ▲학교의 교육활동과 관련한 민원창구를 학교장이 직접 관리 ▲교사의 개인 전화 노출 금지 및 개학 이전 교사 업무폰 지원 ▲업무시간 외 교사에게 업무와 관련한 전화나 문자 금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교권과 교육활동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교원지위법에 민원인이나 관리자 등의 폭언, 폭행,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처벌 규정 명시 ▲교권 실태 전수조사 ▲교사의 신변 위협 예상 상황에서 교사의 희망에 따라 긴급 경호 서비스 제공 ▲학교별 교권보호위원회에 법률 전문가(변호사 등)가 업무를 지원하는 방안 마련 ▲갑질 신고에 대한 신고처리 결과를 신고자인 교사에게 안내 등의 대책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전교조 경남지부는 ▲아동학대 범죄 기준에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제외 명시 ▲학교 내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별도의 조사 주체 교육청 내 신설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 이후 수사기관 개입 전 교육청의 의견 청취 필수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관련하여 교육부 고시에 명확히 명시 ▲갑작스러운 교실 이탈 학생에 대한 학교장의 생활지도 및 우선 관리 ▲교육활동 방해 학생에 대한 즉시 분리 및 학교장 우선 관리 ▲교육활동 방해 학생의 외부 전문가 상담 및 보호자 상담 의무화도 제안했다.
진보 정당들도 나섰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번 교사 사망과 관련해 "교육당국과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진주지역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현재 교사는 학부모들과 정해진 시간에 정식 소통시스템을 통해 상담을 하고 있다. 간혹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 및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 개인에게 민원을 직접 제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명확하게 시스템화하고 학부모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 이들은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학생의 부모 외 친척, 외부인이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사례가 일부 있는데, 이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전예약제로 해결할 수 있다. 사전예약에 대해 학교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청자를 허락(승인)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교사의 교권 및 다른 학생의 학습권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신청대상은 학부모와 학부모가 요청하는 법률전문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1인으로 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