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분들 마음을 받들어 연구한다. 진실규명 당사자분들 마음을 받들어 연구한다. 그리고 오늘 와주신, 사건에 관심 있는 분들 마음을 받들어 연구한다... 이런 뜻입니다."
KAL858기 연구소 이름, '그 마음'은 이렇게 지어졌습니다. 22년 동안 KAL858기 사건을 추적해오고 있는 저는 오래 전부터 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시기를 앞당겨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그렇다고 번듯한 사무실이 있거나, 대단한 연구인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KAL858기 연구를 더 체계적이고 독립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뿐.
연구소는 지난 27일 첫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
"이렇게 우리가 사람 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이리 수십 년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제발 좀 이거 밝혀져서 우리가 한이라도 좀 풀게 해주십시오."
KAL858기 진실규명 '특별 세미나'는 진실규명 당사자들의 격려사로 시작됐습니다. 여러 사정상 비대면(녹화영상)으로 진행됐는데, 영상은 KAL858기 가족회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진실규명 활동을 해온 과정을 짧게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신시아 인로 미국 클라크대 교수의 격려사가 있었습니다. 이 역시 사정상 비대면으로 진행됐는데, 필자의 책 추천사가 격려사 형식에 맞게 낭독되었습니다.
여성주의 국제관계학자인 인로 교수는 KAL858기 사건의 젠더화된 속성을 지적하며, 국제정치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현희 사건'과 기억 투쟁
첫 발표자로 나온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고통의 윤리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KAL858기 사건은 흔히 '김현희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곧, "가해자 중심('북한, 김현희') 재현이 사건 전반을 장악", "희생자의 존재와 애도, 유가족의 고통은 완전히 비가시화"됐습니다.
아울러 정희진 평화학 교수는 "어떤 고통이 더 심각한 고통이냐는 '불행 경쟁'은 논의를 왜곡시킨다. 고통의 정도는 고통의 세기가 아니라 고통받는 사회의 반응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들의 상부상조와 이를 지지하는 사회"가 정의라는 말입니다. "기억하는 사람들의 위치성"을 바탕으로 한 '기억 투쟁'이 필요합니다.
진심을 몰라주는 세상
다음 발표는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이 맡았습니다. 대표연구원은 세미나 제목이 "비극 속의 비극"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KAL858기 사건이 일어난 것 자체가 비극입니다. 그런데 이 비극에 국가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대응했는지를 보면, 이 역시 비극입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비극 속의 비극'입니다."
제도권 학계의 무관심과 냉대에도 계속 연구할 수 있었던 이유로 "운명의 힘"을 들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난 생각했다. 'KAL기는 나의 운명이다.' 그러면 놀랍게도 힘이 났다. '그래, 이건 내 운명이다. 다 뜻이 있어 그런다. 난 버텨내게 돼 있다.' 이는 무언가를 극복한다는 말이 아니다. 무언가와 같이 살아가는 것, 계속 견디는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힘."
KAL858 자료를 본 세월호 가족
발표가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학생 엄마' 최순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 이수정 덕성여대 문화인류학 교수,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사회학 교수,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 FOSEP이 KAL858기 사건 관련 소중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특히 세월호 최순화 대외협력부서장은 "다른 재난 참사에도 연대를 계속해왔던 터라 가볍게 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자료를 찾아보면 찾아 볼수록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토론에는 마크 캐프리오 일본 릿쿄대 교수도 비대면(줌)으로 함께했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형을 잃은 진실규명 당사자 김영씨가 가족으로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자료집에는 세미나 기록자로 함께한 정아라씨(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 참석 신청자들 의견 및 질문도 실려 의미를 더했습니다.
국회에서 열리는 KAL858 토론회
끝으로,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은 다음 달인 8월 9일 국회에서 국제 토론회가 있다며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신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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