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의미 있는 교육을 하고 싶지만, 혹여 아동학대로 고발될까봐 두려웠다."
"교권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터질 게 터졌다."
"장애학생의 원활한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님과의 협력이 필수지만 잘 안된다."
지난 7월 18일,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한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이다.
안타까운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언론과 교원단체에 제보된 증언을 종합하면 심리적 압박감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심리적 압박감은 과중한 업무와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 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안타까운 선택하기까지 혼자서 얼마나 힘든 시간과 고뇌의 시간을 보냈겠는가. 특히나 교직경험이 짧은 초임 교사이었기에 심리적인 고통이 더욱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믿기 어려운 사실이 있다. 비단, 이런 선택을 한 이가 이 교사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다양한 영향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교권 침해가 가장 큰 요인으로 사료된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 활동 침해 현황' 통계에서는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 활동 침해는 202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교육통계(2021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교원은 50만 859명이다. 이중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 이후 아동학대 혐의자로 피소되거나 관리 중인 교원은 9910명으로 나타났다.
좋은 수업을 할 수 없는 교실
좋은 수업의 원동력은 교사의 전문성, 높은 교수효능감 그리고 확고한 교육철학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공동체의 현실은 교사들로 하여금 소신과 교육철학에 기초한 수업을 못하도록 만들고, 정당한 교육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위축감을 강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소극적인 교육활동을 지향하게 되며, 이는 곧 학생의 학습결손으로 직결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고객과 직원'의 관계로 형성되어 가고 있으며, 학교의 기능도 '고객만족센터'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교사의 의도와 무관하게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오늘날 교육공동체의 현실이 안타깝다. 분명 이와 같은 상황은 비정상적인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관심, 특히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한 아이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위하여 상호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우선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교실 붕괴와 교권침해가 난무하는 지금의 교육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교육에 대한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할 때이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공교육과 교권의 회복을 위한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학부모의 지속적이고 정도가 지나친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무너진 공교육과 교권이 회복될 때, 학생은 실질적인 학습권이 보장되고, 교사는 가르침을 통하여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모두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교육공동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