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처가 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하지 말고 '여야 노선검증위원회'를 꾸려서 노선을 정한 뒤 사업을 재개하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안을 일축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30일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이미 노선검증위원회를 여야가 함께 꾸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간사를 중심으로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국정조사에 갈 것도 없이 상임위원회에서 7일 전에만 전문가들을 부르면 되고, 증인 선서에서 거짓말하면 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과 노선을 변경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조사가 아닌 상임위를 통해서 규명하고, 여야는 물론 전문가를 포함한 위원회를 통해 노선을 확정짓자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답변은 '거절'이었다. 이미 소관 상임위(국토위)를 통해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려고 했지만, 국토부 등의 자료 미제출 및 오락가락 해명 탓에 국정조사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 특히 원 장관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 이후 '여야 노선검증위'를 대안으로 제시한 데 대한 의구심도 표했다.
심상정 "원희룡의 대국민 사과, 김건희 여사 강상면 토지 매각부터"
이에 대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1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근거 없이 원안(노선)을 변경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국토위 현안질의를 통해 그 의혹이 더 커졌고 국정조사 필요성도 더욱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원안으로 추진해야 하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변화 없다"고 밝혔다. 또 "노선과 관련한 여러가지 검증 문제도 국정조사를 진행하면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원내대변인도 따로 브리핑을 통해 "거짓해명, 말바꾸기, 불투명한 자료 공개, 임의적인 자료 수정·삭제로도 의혹이 가려지지 않으니 물타기 꼼수로 국정조사를 피하려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그런 잔머리가 통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란의 핵심은 종점 변경을 누가, 언제, 왜, 무슨 근거로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백지화니, 검증위니 들이밀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 하지 마시라"며 "원 장관은 국정조사를 방해하려는 꼼수를 중단하고 국회의 의혹 규명에 협조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장 먼저 '여야 노선검증위'를 제안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를 "원희룡 장관의 면피성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 원희룡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 공식 철회 및 대국민 사과 ▲ 김건희 여사 이해충돌 및 특혜의혹 해소 위한 강상면 일대 토지 매각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이 먼저 있어야 여야 노선검증위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은 노선검증위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며 "원 장관은 '전적으로 제가 책임진다. 정치생명, 장관직을 걸었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지시라"고 촉구했다.
국힘 "상임위 질의-전문가 검증 투트랙이 가장 좋은 방법"
한편, 국민의힘은 원 장관의 제안을 적극 부각시키면서 사실상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31일)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 국정조사를 하려면 법을 위반한 객관적 사실이 드러나고 여러가지 국정조사 요건을 갖춰야 된다고 우리 당은 본다"면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야당의 요구는) 빨리 고속도로가 건설돼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는 아랑곳 않고 계속 정치적 공세를 취해 정부를 흔들고,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고도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원 장관의 '여야 노선검증위' 제안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사안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상임위를 열어서 질의에 답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그와 별개로 노선과 관련된 전문가들로 어느 노선이 가장 합당한지 검증하는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정리하고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고속도로 건설 시기를 더 이상 지체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