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이번 폭우로 인한 수해 발생 현장에서 수중 수색을 하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관련 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브리핑을 불과 1시간 앞두고서다.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7월 2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7월 31일 오후 2시에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특히 수사단장이 직접 설명하겠다는 공지까지 나와 사고 책임 규명에 한 발 나아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브리핑을 불과 1시간 앞둔 오후 1시에 돌연 백지화됐다.
해병대사령부는 7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을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사고 경위 보고도 취소했다.
국방부는 브리핑을 취소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병대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대한 언론 설명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오늘 계획됐던 언론 설명을 취소했다"라고 해명했다.
"언론 제보 말라"... 입막기 시작?
지난 7월 22일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 참석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모습은 부하를 잃어 슬픔에 잠긴 장군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결식 직후 그의 태도는 영결식 때와 달랐다.
김재환 사령관은 영결식이 끝난 뒤 '지휘 및 강조 말씀'이라는 지휘서신을 예하부대에 보냈다. 김 사령관이 보낸 문건을 보면 군 수뇌부가 진상 규명보다는 외부 유출에 더 신경 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문건을 통해 "해병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함께 노력해야 할 우리 구성원들 가운데 유튜브,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기타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보하는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사령관은 해병대 최고의 지휘관으로서 해병대의 단결을 저해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임의대로 제공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모습을 방관할 수가 없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해병대의 단결과 결집을 위한 사령관의 생각을 전 장병 및 군무원에게 분명하게 전달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해병대 내부 소식이 부대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강력하게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7월 24일 "해병대 1사단이 지난 22, 23일 주말 사이 채 상병과 함께 안전 장비 없이 수중 수색에 투입됐던 동료 해병대원들의 휴가·외박·외출·면회를 전면 통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누가 무리한 수중 수색을 명령했나?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소방은 '수중 수색'을 해병은 '하천변(수변) 도보 수색'을 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해병대는 협의를 깨고 구명조끼 등 장비도 없이 '수중 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비가 내리자 해병대에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높은 곳으로 이동하라고 요구까지 했지만, 해병대는 수중 수색을 강행했다.
유가족은 "현장 지휘관들이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다고 했지만 (윗선에서) "그냥 수색해"라고 했다"면서 무리한 수중 수색을 명령한 지휘관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 사망 사고의 수사와 재판은 민간 사법기관으로 이첩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해병대사령부가 '언론 브리핑'을 취소한 이유가 무리한 수중 수색을 명령한 지휘관을 감추거나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도 내놨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서 진상규명이 중요한 이유는 똑같은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지금처럼 진실보다 외부의 시선이나 지휘관 보호에만 치중한다면 제2, 제3의 채수근 상병이 나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