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노동자에 대해선 건폭으로 포장해 억압하고 구금하면서, 정작 합리적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우월적 입장에서 계약을 강요하는 건설사 횡포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가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자, 해당 조합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사가 550억원이 넘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세부내역 조차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공사중단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
주민들은 서울시가 해당 사업에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관련법령 미비를 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서울 강동구 둔촌 현대1차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2022년 10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로부터 779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통보받았다. 지난 2021년 9월 572세대(기존 498세대, 일반분양 74세대 - 전체면적 9만 9180㎡)에 대한 1516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한 지 1년 1개월 만이었다.
이에 조합은 공사비 협상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협상에 나서는 한편, 추가 공사비에 대한 세부 내역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건설사는 묵묵부답이었다.
같은 공사인데... 552억원 vs. 257억원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졌고, 실무자 미팅 등을 통해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4월에야 추가 공사비를 552억원까지 낮췄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이앤씨가 공개한 세부 내역서는 달랑 A4 용지 1장이었다.
전체면적 증가를 이유로 41억 5900만원을, 지하 2개 층 엘리베이터 연장 명목으로는 172억 8300만원을, 공사 기간 연장 경비 명목으로는 23억 5700만원을 각각 통보했다. 이외 공기 준수 돌관 공사비 20억 9100만원, 불량토 처리 20억7500만원, 기존 구조물 보수보강 17억 2200만원 등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조합이 민간업체 2곳에 의뢰해 파악한 공사비와 큰 차이가 있었다. 조합 쪽 업체는 ▲전체면적 증가 9억 8000만원 ▲엘리베이터 연장 104억원 ▲공기 연장 경비 0원 ▲공기 준수 돌관 공사비 5억원 ▲불량토 처리 2억원 ▲기존 구조물 보수보강 3억4800만원 등을 제시했다. 모두 257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둔촌 현대1차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지난 7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부 산출내역 없이는 (증액 관련) 조합원 동의를 구할 수 없어 지난 10개월 동안 여러 차례 내역서를 요구했지만, 시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다렸다 재건축하라'고만... 리모델링은 찬밥 신세"
이어 "저희가 비용을 들여 민간 업체 두 군데를 통해 산정한 결과, 300억원 이하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그런데도 시공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500억원이 넘는 돈을 요구하면서, 이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을 찾아 중재에 나설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관련 중재는 받을 수 없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 이후 시는 '왜 리모델링을 하려고 하나, 기다렸다 재개발·재건축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리모델링 문제는 찬밥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규정상 리모델링 사업은 중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 관련 서울시에 분쟁 조정 권한이 없다"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현행법상으론 중재가 어렵고, 관련 법령이 개정돼야 시가 개입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공사 쪽은 협상이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물가 변동, 설계 변경 등 사유로 현재 조합과 도급 금액 증액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과 회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윤 남는다고 돌려주나... 세부 내역 없이 공사비 올려줄 이유 없어"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리모델링도 법에 의해 하는 것이고, 재건축·재개발도 마찬가지인데, 리모델링 사업에만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라며 "서울시가 중재를 꺼려 건설사가 조합에 더욱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홍규 법무법인 해랑 변호사도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선 중재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법적 규정은 따로 없다"며 "중재로 가는 것은 (재건축·재개발이든,) 리모델링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부 내역이 없다면 공사비를 과도하게 올려줄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부장은 "건축비는 일반 시민들로선 잘 알 수 없는 분야라 시비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차원에서 공공부터 건설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로 집값이 폭등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서울시 관계자가 왜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리모델링을 하느냐는 발언은) 굉장히 무책임하고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