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은 2012년 이후 노선의 1/3 이상이 변경된 최초의 사례"라며 "노선이 왜 갑자기 특정인이 소유한 땅 옆으로 변경되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의 첫 번째 본질인 노선변경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논쟁과 국론분열을 끝낼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는 또 "민간 용역업체가 단독으로 1조 7천억 규모의 국가사업 변경을 주도했다는 (국토교통부의) 주장은 그 어떤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변경안은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합당한 근거도 없다. 우선 국토부는 노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경기도를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추진을 거듭 촉구한 뒤,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연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 계획안을 기존의 양평군 양서면에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이 지역에 토지를 소유한 김건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도 고속도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변경 노선 종점에 특정인 소유의 토지... 의혹 일어나는 건 당연"

김동연 지사는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의 본질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노선이 왜 갑자기 특정인이 소유한 땅 옆으로 변경되었냐는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무책임한 백지화 선언으로 불거진 국정 난맥상"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김 지사는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국토부 원안이 갑자기 변경되고 그 변경된 노선의 종점 부근에 특정인 소유의 토지가 있다면, 변경 과정에 대한 의혹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면서 "그런데 국토부는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짜뉴스', '괴담', '오물'이라 비난했다. 국민을 협박하는 듯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과 여러 차례의 말 뒤집기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이제는 변경안이 원안보다 더 좋은 노선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원안과 변경안을 비교 검증하자고 한다"면서 "거듭 강조하지만, 원안이 좋으냐 변경안이 좋으냐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왜', '누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가, 이 세 가지가 의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이 종점을 포함해 무려 55%나 바뀌면서 새로운 노선이나 다름없는 변경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후 시·종점이 변경된 고속도로 사업이 14건이나 된다면서 '이례적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사실과 많이 다르다"면서 경기도가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국토부가 제시한 14건 중 2건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고, 나머지 12건 중 11건은 2012년 이전 사업이다. 2012년, 기재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예비타당성 조사 후 노선의 1/3 이상이 변경될 경우에는 기재부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실제 2012년 이후 '계양-강화 고속도로'만 종점이 변경됐는데, 이마저도 노선 변경은 5%에 그쳤다.

김 지사는 "국토부가 주장하는 노선변경 이유와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이라며 "앞으로도 노선을 왜 변경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지사는 '민간 용역업체가 노선변경을 주도했다'는 국토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용역업체가 용역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착수보고서'에서 국토부와 기재부가 2년 넘게 검토하여 확정한 '예타안'에 대해 55%나 변경되는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국토부의 노선 결정 과정에서 경기도가 배제된 점을 비판한 뒤, '경기도가 변경안에 동의했다'는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1차 협의에서 배제된 경기도엔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며 "2023년 1월, 2차 협의에서도 국토부는 변경안에 대한 의견만 요청했을 뿐, 원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미 노선을 결정한 후 경기도에는 통보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경기도
 
"변경안이 원안보다 낫다? 근거 없는 주장"

김동연 지사는 또 "변경안이 원안보다 낫다는 주장만 있을 뿐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국토부가 '전부 공개'했다는 자료를 아무리 살펴봐도 노선의 경제성을 검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사비, 보상비 등 세부 비용산정 자료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원안 노선이 전원주택, 펜션 등을 많이 통과해서 민원이 우려된다'는 국토부 주장에 대해 "더 많은 민원이 우려되는 노선은 변경안"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공개자료에 따르면, 원안 노선은 1,744세대 3,651명이 거주하는 4개 마을을 지나가는 데 비해, 대안 노선은 8,570세대, 18,130명이 거주하는 10개 마을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 과정이 불투명하고 특혜 의혹이 있는데 누가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면서 "국민적 의혹에 휩싸인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35년 공직 생활을 한 제 경험을 봐서도 온당치 않을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기대하는 '정의'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경기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기 동북부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서 "원안이 추진된다면, 경기도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연결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먼저 준비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교통 수요가 분산되면, 주말이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전 국민의 교통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연#경기도지사#서울양평고속도로#국토교통부#김건희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