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주문에 장단 맞춰 망나니 춤을 추던 환경부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세탁을 거쳐 '금강·영산강 보처리방안'을 용산에 공물로 바치려 하고 있다."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들이 성토한 말이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이날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재검토' 안건을 상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날 국가물관리위는 4대강 보를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해 앞으로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물관리위는 이날 2021년 1월 18일 위원회가 확정했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당시 위원회는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심의·의결하여 5개 보의 해체(세종보, 죽산보, 공주보) 또는 상시 개방(백제보, 승촌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가물관리위는 "2023년 7월 20일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 보 처리방안 제시안 마련 과정에서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항들이 다수 지적되었고, 환경부장관은 위원회가 2021년 1월 의결한 '보 처리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위원회에 요청하였다"면서 "이에 따라 위원회는 제9회 회의를 개최하여 과거 보 처리방안 결정에 있어서 방법론과 의사결정을 위한 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문제점 등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결정을 취소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물관리위 공동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상화된 기후 위기로 홍수, 가뭄 등 극한 기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오늘 위원회의 보 처리방안 취소 결정으로 4대강 보의 활용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말했고, 배덕효 민간위원장도 "이번 위원회 의결은 과거 편향된 의사결정 체계와 비과학적 근거자료를 토대로 성급하게 결정된 보 해체 결정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거수기'된 국가물관리위, 졸속 심의로 보 해체 결정 뒤집어
이로써 국가물관리위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2년 반만에 스스로 뒤집었다. 환경부가 지난 7월 21일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위원회에 요청한 지 불과 15일만이다. 또 국가물관리위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감사원의 4대강사업 5차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지 16일만이다. 4년여에 걸쳐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때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전이다.
따라서 이날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해체 결정에만 1년이 걸렸다. 4대강 조사평가단의 준비과정까지 약 3년이 넘게 분석과 평가의 과정을 거쳤다. 논의 구조 역시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논의해 안을 제시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최종결정했다. 설사 1기 위원회의 결정이 문제가 있더라도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상응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환경부는 이런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친정부 인사로 구성된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밀실행정으로 정책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회의도 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환경부의 후속조치가 한날 한시에 발표되더니, 1기 국가물관리위원 중에서 잔여임기가 남았던 국가물관리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된 8월 2일이 지나자마자, 8월 4일 국가물관리위원회의를 열었다"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충성을 다하는 환경부장관은 이미 확정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심의, 의결을 뒤집으려는 불법행위를 합법으로 위장하기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허수아비 거수기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보 존치' 주문 안 했는데... "감사원 조치 사항 위반한 물관리위"
이날 국가물관리위는 지난 7월 20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인용하면서 '보 존치 결정'의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환경부는 국정과제의 설정된 시한을 이유로 과학적‧합리적 방법 대신 타당성‧신뢰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방법을 사용해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 등을 불합리하게 수행하였다. 보 처리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는 어느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위원을 선정하여야 하나, 환경부는 특정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을 선정하여,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가 불공정하게 구성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감사원 감사결과는 1기 국가물관리위의 결정을 번복할 근거가 없었다"면서 "감사원은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치 사항을 통보했다"면서 "감사원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주문했을 뿐,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를 목적대로 활용하라는 조치를 권고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환경부장관에 주문한 조치 사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였다.
"① '앞으로 4대강 보 해체와 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국책사업과 관련하여 분석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주의), ②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통보)"
따라서 금강유역환경회의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어디에도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무효라거나 심의를 다시 하라는 주문도 없다"면서 "환경부가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마련하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그에 따른 분석 결과가 반영된 아무런 방안이 없는데도 이미 확정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심의·의결을 단 15일만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는 것은 명백한 감사원 조치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감사원이 환경부를 향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까지 주었음에도 또다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심의·의결을 속전속결로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불법행위에다 국민적 갈등을 부추기고, 결국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가물관리위는 '보 처리방안 취소'에 따라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8월 중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