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자들 질문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기자들 질문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 -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쪽이 이기는 건 맞다." -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비윤 연대'가 가시화되는 걸까?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유승민 이준석을 안고 가야 한다'라는 메시지에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호응하고 나섰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8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유승민-이준석 포용론'이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에 의해 대두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2023년도 정기 당협 당무감사 계획까지 밝힌 터라 시점도 미묘하다.

발단은 홍준표 시장이었다. 홍 시장은 지난 7월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하이에나 떼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 또한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며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라고 지적했다.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라고도 강조했다.

'총선까지 쳐냈다'라는 건 본인의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후 홍 시장은 자신의 글을 삭제했지만, 4일에도 본인 페이스북에 "지금 일부 바른정당 출신처럼 연일 꼬투리나 잡고 당과 대통령을 흔드는 무리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라며 "그러나 정치는 그런 무리들도 포용하고 가야할 때가 가끔 있다"라고 썼다. 본인은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재차 '포용'을 강조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1일 YTN '뉴스 라이브'에 출연해 홍 시장의 메시지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쪽이 이기는 건 맞는데"라며 "어느 정도 원팀으로 (선거를) 치러야 된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고 똘똘 뭉쳐야지만 이기지,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공천 파동이 일어나고 당 대표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든지 이런 모습들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하는 거 아니겠느냐"라며 "그런 모습 없이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미리 의사소통을 하면서 함께 원팀이 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안철수·홍준표는 비윤, 유승민·이준석은 반윤?
 
 안철수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1주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1주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안철수 의원과 홍준표 시장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두 사람 모두 '대권 주자'급 정치인이라는 것, 두 번째는 두 사람 모두 자의든 타의든 '친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장 자리까지 맡았지만 '친윤'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윤핵관'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기현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다종다양한 견제도 쏟아졌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와 경쟁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원팀'을 이루어 대선을 치르긴 했지만 화학적으로까지 융합하지는 못했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을 향한 직접 비난은 자제하면서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는 아끼지 않았다. 결국 상임고문 자리에서마저 해촉됐고, 이번 '수해 골프'를 빌미로 징계까지 받게 됐다.

김기현 지도부의 당선 이후 용산의 당을 향한 '그립(주도권)'은 확실해졌고, 당은 말 그대로 '친윤 천하'가 됐다. 당 대표까지 역임했지만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적이 많은 홍준표 시장도, 국민의당에서부터 자신과 함께해 온 사람이 많지 않은 안철수 의원도 '당내 우군'이 적다. 결국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 '비윤'으로 분류되게 됐고, '친안'도 '친홍'도 현 국민의힘에서 이렇다 할 세력화는 못하는 상황이다.

'비윤'의 구심점은 본래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였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당의 견제와 지지층 분화도 심해졌다. 당은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가짜 보수' 패널로 사실상 규정하고, 이들이 마치 국민의힘 인사가 아닌 것처럼 잘라내고 나섰다. '천아용인'으로 불리며 직전 전당대회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 추세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당내 기반은 그리 튼실하지 않다. 오래 전부터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공중전'이 특기인 이준석 전 대표의 지지층 역시 그 화력의 한계가 윤곽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의 계속된 견제 역시 이들을 '비윤'을 넘어 '반윤'으로 정체화시키고 있다.

'비윤 보수'의 파이는 분명하지만... 안는다고 안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 '비윤 보수'의 파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30%대에 물러 있다. 소폭의 등락을 반복할 뿐, 총선까지 큰 반전도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의 얼굴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집권당 후보들 입장에서도,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비판적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그때 '비윤의 기수' 자리를 차지할 이는 홍준표 시장일까, 안철수 의원일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기반을 닦은 이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유승민-이준석을 안고 가야 한다'는, 당내 포용을 강조한 '일반론'적 이야기임과 동시에 당사자들의 생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변수는 있다. 당이 혹은 비윤 인사들이 '유승민-이준석'을 안으려 한들, 당사자들이 안길 것인지에 대한 여부이다.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사이의 '악연'은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는 서로 가까웠다 멀어졌다를 반복해 왔으며, 현 시점에서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에는 그 말을 저를 위해서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이준석도 포용해야 되고', 그러니까 '나(안철수)는 당연히 포용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그걸 굳이 평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당에서는 안철수 의원에게 현 지역구(경기 분당갑)가 아니라 험지 출마를 종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안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언급한 건, 본인의 공천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준표 시장에 대해서도 "제가 친소관계도 있고 하지만, 홍 시장은 이번에 사실 제가 봤을 때는 징계 인플레(이션) 속에서 굉장히 센 징계를 받은 것"이라며 당원권 정지 징계를 해당 발언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두 사람의 위기, 비윤 사이 '심리적 연대' 형성?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홍준표 시장이나 안철수 의원의 손짓에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가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 두 사람은 당으로부터 지역구 공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두 사람 스스로도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나오는 게 선거에서 유리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장 소장은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는 오히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신당 준비를 하는 금태섭 의원 같은 인사들과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선거를 치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내부의 '비윤 세력화'에 함께 하지는 않는 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수해 골프' 논란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했던 홍준표 시장도, 지난 전당대회 이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모두 위기인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두 사람 모두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라는 점을 짚었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이준석을 품자'라는 메시지는, 결국 비윤들 사이에 심리적 연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라는 해석이었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수준이지만, 향후 당 지도부나 용산 대통령실에서 무리한 공천을 단행하고, 비윤 주자들을 향한 견제가 노골화될 경우에는 이 연대가 더 강해질 수도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최소한 총선이라는 당면 과제를 앞에 두고 비윤끼리 뭉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압박이 크지 않다면, 각자 도생하는 형태로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철수#홍준표#이준석#유승민#국민의힘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