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노조가 유족의 동의를 받아 공개한 일기장에 따르면, 비극이 발생하기 2주 전 S초 교사는 일기장에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라고 적었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숨이 다 막혔다"라고 적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고 적었을까.
"업무 폭탄과 학생 난리가 겹치면서" 꿈에 부푼 교직 생활은 2년 차 교사에겐 상당히 버거웠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언론이 이 과정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다만, 교육부-서울시교육청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약 모욕적 언사가 사실이라면,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언어는 칼에 베인 상처보다 아프고 오래간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부모 자격이 없다'고 누군가 모욕을 주는 표현을 했다면 그 부모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S초 교사의 비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사건 진상에 대해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업무 폭탄과 교사의 생활지도 한계를 넘어서는 아이들의 언행들 그리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사를 숨 막히게 하는 일상의 요인들'으로 꼽힌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게다가 권위주의 관료행정이 압도하는 학교 분위기에서 교사는 말단 행정요원처럼 공문과 잡무처리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 가입률이 20%대로 매우 낮은 현실에서 교사들은 개별화된 채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교사노동조합이 교사의 권익을 위해 총력 투쟁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교직 생활 30년 동안 교사의 교권과 처우 개선을 위해 총력 투쟁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런 현실에서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은 교권을 추락시킨 결정타였다. 특히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의심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삭제하고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이기적)으로 해석돼 학부모 민원과 경찰 수사가 남발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섭씨 35도가 넘는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차(7.22) 5000명, 2차(7.29) 3만 명, 3차(8.5) 4만 명으로 참여 교사들 숫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3차 집회에선 학교장과 교감 등 학교관리자도 적지 않게 동참해 발언도 했다.
이제 정부가, 교육부가 답할 차례다. 그리고 양대 교사노동조합인 전교조와 교사노조연맹이 노동조합으로서 제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줄 시기다. 모든 이 땅의 교육 시민단체와 연대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 교사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통일된 목소리로 대변해야 한다.
맨 먼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과 함께,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든든하게 보호'하는 '교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회든 정부든 하루빨리 입법 발의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S초 교사의 비극이 결코 개인적인 죽음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원통하게 스러져간 새내기 교사에 대해 정치권과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엉뚱하게도 새내기 교사의 죽음을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는 계기로 악용해선 안 된다. 교권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거꾸로 학생 인권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교사가 오로지 교수-학습활동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문과 행정 잡무 일체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혁신학교 소명여중처럼 행정사를 학교당 4명을 배치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 폭력 사안이나 학부모 민원이 발생했을 때 미국처럼 사안과 민원을 교사와 완전 분리해야 한다. 학교장 책임 아래 학교장과 부교장(우리나라 교감) 그리고 카운슬러가 협업해서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당 학년마다 1명씩 전문 상담사를 채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미 세 차례 교사 집회를 통해 해결책은 제시돼 있다. 국회는 즉시 관련법 제·개정 입법에 돌입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교사의 근무환경을 180도 개선하는 장단기 교원정책을 수립해 발표해야 한다. 새내기 교사의 비극은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죽음이었다. 또 다른 제2, 제3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아야 한다.
새내기 교사의 비극을 계기로 우리 교육은 환골탈태해 정상화해야 한다. 그 길이 원통한 죽음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이자 비극을 의미 있게 승화시키는 방식이다.
덧붙이는 글 | 다른 매체에 싣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