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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이슬아x남궁인 작가의 서간 에세이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시리즈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최근 여성 독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멋있으면 다 언니>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쓴 황선우 작가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다정 소감>을 쓴 김혼비 작가의 글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들은 환호했다. 출판 전부터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술렁였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표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표지 ⓒ 문학동네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가 서로에게 보냈던 이 서간문은 '과로와 번아웃,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시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이제 그만 쉬라고, 나가서 같이 놀자고 권하는 우정의 종류가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을 기꺼이 펼친다.

누군가는 말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라는 제목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고.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초조해지고, 제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 100통쯤 편지가 이어지기를 바랐다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나기 전까지는 그다지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작가들은 고백했다. 그래서였을까. 편지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연애를 시작하는 남녀의 모습 같기도 하고, 펜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고, 친구에게 보내는 우정의 편지 같기도 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산뜻해졌다. 찔끔 찔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훗~' 하고 웃음이 삐져나오기도 하면서, 너무나 다정한 인사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서간문 안에서 두 사람을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씨'로 정했다. 대등한 관계를 표방한 그들의 선택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독자들이 롤 모델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이 시대를 힘 있게 대변하는 작가들임에 틀림없다. 작가들 특유의 호쾌함과 다정함 그리고 당당함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선우씨의 책을 읽고 비로소 '뒤에 올 여성 후배들을 위해서 눈에 보이는 증거가 되는 일'에 대해서도 훨씬 더 고민하게 되었어요. '나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22쪽)

김혼비 작가는 번아웃이 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물미역처럼 꾸역 꾸역 계속하다가 멈추는 법을 잊어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황선우 작가는 그런 김혼비 작가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적극적으로 더 많은 일을 거절하는 데 성공하기를, 잘 먹고 잘 자는 생활을 쟁취해 내기를, 그래서 마침내 더 많은 쉼을 사수하기를 바란다'(75쪽)고 대차게 위로를 건넨다.

작가에게 건네는 묵직한 토탁임이면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로 읽힌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언제든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74쪽)

황선우 작가는 동거인 김하나 작가와 '서울사이버 음악대'를 결성해서 리코더와 우쿠렐라로 합주를 하곤 한다. 두 사람의 연주 틈으로 타악기 하나가 끼어들었다. 맑은 소리를 가진 김혼비 작가의 목탁 연주이다. 최근 북토크에서 세 명이 연주한 합주는 자칫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마음의 소리로 들어보니 매우 조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불협화음에서 시작해 결국 끝음을 정확히 맞춰내는 과정에서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순간보다 더 큰 희열을 느끼는 듯 보였다. 잘 살기 위해서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실천하는 일, 각자의 방식으로 어떤 시도들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낼지 알려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덮으며 사소한 이야기도 사려 깊게 읽어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지은이), 문학동네(2023)


#최선을다하면죽는다#황선우#김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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