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일이 잘못되었다. 수습해야 하는데,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일이 왜 그 지경이 되었는지 설명 없이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안전과 위생 문제로 이미 파행을 겪은 상태에서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전원 퇴영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은 서울과 경기·충청권으로 분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각국 참가자의 수송 및 숙박, 문화행사 등을 챙기고 있다.
8일 오전 잼버리 비상대책반의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부탁했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모인 4만 5000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면 모두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의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해 달라"고 했다.
'나도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도와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 빠진 느낌이다. 잼버리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민에게 부탁을 할 때까지 정부는 뭘 했는지 얘기가 없다.
책임 문제는 나중에 다룰 태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서는 일단은 지금 진행 중인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정부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탁하려면 고개는 숙여야 한다. 지금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앞장서는 건 정부와 지자체가 망친 행사를 대통령이 해결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연출하지만, 지금까지 이 정부를 이끌어 온 건 윤석열 대통령이다. 더욱이 국민에게 부탁하는 처지라면 고개는 숙이면서 말을 하는 게 맞다.
한국은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유니버시아드, 월드컵 등 세계적인 행사를 모두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른 나라다. 그런데 32년 전에도 열었던 잼버리가 갑자기 이 지경이 되는 것을 본 국민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실망이 크지만 '스카우트 대원들 잘 대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이 나라 국민들은 어떻게든 잘해주려고 할 것이다. 이번 사태와 비교할 순 없지만 IMF 구제금융,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코로나19 상황 등에서 이 나라 사람들의 취미는 '국난 극복'이라는 걸 이미 확인했다.
국민 참여 국난 극복이 계속되니 당연하게 여기는 것인가. 국민에 부탁을 하면서 송구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