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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청소년들을 영화 <수라>로 초대한다는 내용의 포스터
전세계 청소년들을 영화 <수라>로 초대한다는 내용의 포스터 ⓒ 황윤
 
8월 12일까지 계획됐으나 파행을 맞은 제25회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실망한 잼버리 참가자를 위해 '새만금 본연의 모습'이 담긴 영화 <수라> 상영회가 열린다. 

영화를 만든 황윤 감독은 "세계의 청소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갯벌과 철새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잼버리 청소년들을 초대했다. 지난 8일 공지된 상영회 일정은 오는 11일 오전 11시 20분 홍대입구역 롯데시네마 8층 인디스페이스이지만, 신청 상황에 따라 더욱 확대할 방침으로 보인다. 잼버리 참가자·지도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영회의 참가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새만금에서 고생한 잼버리 참가자 위한 상영회가 열리기까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계획됐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제25회)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그늘 한점 없는 매립지에서 야영을 계획했다면 폭염·태풍 등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 했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외신도 이 사실을 주목하면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결국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참가자들을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고, 참가자들은 8일 야영지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졌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철수 입장 발표 이후 정부 행보를 보면 오로지 11일 열리는 폐영식 겸 K-팝 콘서트에 기대하는 듯하다. K-팝의 위상에 기대 잘못을 용서받으려는 모양새다.

이번 '잼버리 사태'는 예견된 인재였다. 배수조차 어려운 매립지에 수만 청소년들을 초대한 것자체가 문제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극한의 고생을 한 새만금은 어떤 곳인가.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된 한국 벌 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던, 세계 최대 갯벌로 명성이 자자했던 아름다운 곳이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나 서해로 들면서 만들어놓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난 갯벌에 33km라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조성한 땅이 새만금 매립지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생명이 살해당한 가슴 아픈 역시가 새겨져 있다. 그 죽임의 매립지에다 야영장을 차린 것이 이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다.

부끄러운 일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쌓은 역사부터 이번 잼버리 사태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부끄럽고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런 부끄러움은 비단 필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영화 <수라>의 황윤 감독 또한 비슷한 마음으로 이번 잼버리 사태에 실망한 청소년들을 위해 본인이 만든 영화 <수라> 상영회를 준비했다.

"잼버리 청소년들에게 <수라>를 꼭 보여드리고 싶다"
 
 영화 수라의 한 장면이다.
영화 수라의 한 장면이다. ⓒ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 스틸컷 ⓒ오동필
   
황윤 감독은 다음 같은 말로 전세계 청소년들을 영화 <수라>에 세계로 초대한다.
 
여러분이 머물렀던 새만금에는 '수라'라는 갯벌이 있습니다. 그곳의 아름다움을 여러분이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는 새만금 일대에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과 그곳으로 날아오는 철새들, 또 갯벌의 여러 생물들이 나옵니다. 또, 그곳의 멸종위기종 생물들을 지키려는 멋진 시민들, 그리고 여러분 또래의 청소년과 청년 주인공이 나옵니다.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보기에 너무나 딱 맞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세계의 청소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갯벌과 철새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새는 한국만의 새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동시에 협력해서 지켜야만 보호될 수 있는 새입니다. 또 갯벌은 뛰어난 블루카본 저장소(탄소 흡수원)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생존에도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서식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잼버리 청소년들에게 <수라>를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전세계 청소년들이 이 아름다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 새만금 잼버리로 실망한 마음을 이 아름다운 영화로 위로받고 보상받기를 바란다.

아울러 갯벌이라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눈을 뜨고, 새만금 개발이라는 야만의 역사도 배우고, 새만금 갯벌을 지키고자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 참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이번 한국 잼버리의 참 의미를 느껴보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절망의 장에서 희망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잼버리 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황윤 감독의 바람이 통했던 걸까. 다큐멘터리 <수라> 제작진은 9일 "(8일 상영회 소식을 올리자마자) 스웨덴 청소년 400명 신청했다"면서 "인원이 넘치면 어떻게든 극장을 마련해 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황윤 감독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개의 극장 시즌2 : 극장으로 갯벌 가자!'를 시작한다"면서 "그 첫 상영은 잼버리 참가자 청소년들을 위한 상영"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향후 상영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상영회 참가 신청은 구글 폼(바로가기 클릭)으로 받는다. 
* 상세 URL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BMagBFzUCeB-MPNnQ95f1I24q1PHsV_v9qA3X1j4h5zJZjw/viewform
 
 수라갯벌의 일몰
수라갯벌의 일몰 ⓒ 양광희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영화 수라#잼버리#새만금#한국 갯벌#황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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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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