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잼버리 '준비 부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졸속한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며 사실상 조기 철수한 가운데 마지막 일정인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마저 '안일한 행정으로 일관한다'는 등의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예정된 잼버리 콘서트와 폐영식이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고 8일 발표했습니다.
당초 잼버리 콘서트는 새만금 야영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폭염과 시설 미비, 태풍 '카눈'의 북상을 이유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거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습니다.
즉각 잼버리 콘서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 잔디 훼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2021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4개월간 공사를 거쳐 하이브리드 잔디로 재탄생했으며, 공사 이후 잔디 훼손이 우려되는 콘서트 진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축구 팬들은 잔디 복구까지 또 다시 시간이 걸리는 점, 갑자기 달라진 상태의 잔디 위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입을 피해를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잔디 상할까 봐 팝스타들한테도 안 빌려준다던데 정부 한마디에 저렇게 갈아엎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용산공원에서 하지 왜 멀쩡한 축구장 엎고 난리냐"고 비판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정과 장소를 변경하면서 출연자 섭외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던 그룹 아이브, 엔믹스, 베리베리 등은 몇 달 전 잡힌 다른 스케줄로 출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에 방탄소년단(BTS) 국방부 차출 요청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 멤버 김석진(진), 정호석(제이홉)씨를 폐막식 콘서트에 출연하게 해 줄 것을 요청해서입니다.
잼버리 파행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로 케이팝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팬들은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워 국방부에 압력을 가하는 행태는 잼버리의 취지에 어긋나는 반민주주의", "어른들이 미안하다. 어린애들한테 뒤처리나 시키고"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태풍 카눈이 서울은 비켜가기로 했느냐"며 "가수와 관객 모두 목숨 걸고 공연 봐야 하는 건 아닌지"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전까지 전국이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어 강한 바람과 많은 비 등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콘서트는 이날 오후 7시에 열리지만 전날과 이날 오전에 진행될 무대 설치와 사전 리허설 등이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등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참가자들이 바란 건 쾌적한 시설과 제대로 된 야영 프로그램이지, 이거 먹고 떨어지란 식으로 던져주는 케이팝 콘서트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정과 장소 변경 등으로 사실상 완성도 측면에서 가수와 잼버리 참가자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는 결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