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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관계가 남들과 다른 업종이, 고용이 불안정해 내일의 일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 그런 곳들에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그 불안정을 없애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불법 고용을 철폐하기 위해 싸워왔다.

그렇게 싸워온 이들을 겨냥한 정부의 탄압이 거세다. 지난 노동절, 조합원의 고용을 위해 백방으로 뛰던 건설 노동자 고 양회동 열사는 자신의 활동을 범죄로 몰고 가는 정부를 비판하며 목숨을 버렸다. 정부는 노조가 요구·실행시킨 임금과 현장의 안전, 무책임한 사용자의 행태, 복잡한 고용관계 어느 것 하나 들여다보지도, 개선하지도 않는다.

대신 노동조합을 불법 집단으로 몰아가는 데만 열을 올린다. 노동 관계가 파편화되고 사용자 책임 부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정을 없애고 노동자 건강권을 지켜온 노동조합의 투쟁에 더욱 주목할 때다.

노동자는 있으나 사용자는 보이지 않는 노동 현장

현재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에서의 '노동자' 규정은 다양한 고용관계에 놓인 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들을 제도로 포괄하여 보호하기는커녕, '자율성'을 가진다며 제도 밖으로 내치고 있다.

'자영업자'라 규정되는 화물운송기사들은 1997년 이전만 해도 운수업체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지입차주제로 바뀌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면서 이들이 모인 노동조합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화주-운송사-화물운송기사 사이에 주선사나 중개대리인이 다단계로, 불법적으로 개입하면서 기사들의 임금을 한없이 깎아갔다. 건당 수수료 체계 속 운임 삭감의 압박은 가장 밑 화물차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노동자들은 초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렸다.

건설 노동자들 역시 대부분 일용직으로 일한다. 특히 덤프트럭이나 레미콘 등 건설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들 중에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많다. 또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 많은 건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떨어야 했고, 임금도 떼인 채 강한 노동 강도를 강요받았다. 이들의 임금과 고용을 책임지는 진짜 사용자는 보이지 않았다.

전통적인 사용·종속 관계와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중개 역할을 자임하는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업주의 감독·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는데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이들에게는 노동 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CJ대한통운 등의 택배사,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등의 플랫폼 기업은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결정해 왔지만, 사용자가 아니라며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22년 10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위한 선전전이 부산신항에서 벌어진 모습(왼쪽)/2023년 5월,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목숨을 버린 고 양회동 노동자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노조를 경찰이 막고있다.(오른쪽)
2022년 10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위한 선전전이 부산신항에서 벌어진 모습(왼쪽)/2023년 5월,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목숨을 버린 고 양회동 노동자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노조를 경찰이 막고있다.(오른쪽) ⓒ 화물연대본부, 전국건설노동조합
 

고용 불안정한 곳에 노동자 건강은 없다

다단계 하도급이나 건당 수수료 등의 저임금 구조 속, 화물차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하루 14시간 이상 일해왔다. 그렇게 도로라는 일터에서 스스로의 목숨을 갉아먹으며 과적·과속해야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도로 위 시민의 안전 역시 위협했다.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사고자 수는 2016년 212명, 2017년 255명, 2018년 251명을 기록했다.1) 그렇게 많은 화물차 노동자가 사고와 질병으로 죽어갔지만, 2020년까지 이들은 산재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전체 2800만 노동자 중 7.6%에 해당하는 210만여 명이다. 그러나 건설업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400~500명으로,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산재 사고사망자 수는 874명이고, 이중 건설업에서 402명이 사망했다). 불안한 고용 속 내일의 일자리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안전하지 않은 현장이니까 일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개인이 할 수 있었을까?

주 60시간은 기본으로 넘기며 일했던 택배 배송 노동자들은, 코로나 유행 시기 집단 과로사했다. 라이더 노동자들은 기대 시간 안에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무리해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노동자'가 아닌 많은 노동자는 기름값이나 차량 할부금, 장비 구매 및 수리비 등 업무에 드는 갖가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그 비용을 뗀 후에야 임금이 나온다. 물류나 건설, 택배나 라이더 등의 일터에서, 자본이 제반 비용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 과로는 기본 조건이다. '일을 많이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자본이 만든 기대를 좇으며, 사용자가 책임지지 않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본인의 건강을 해쳐가며 일 하고 있다.

책임 피해 간 사용자, 안전 책임진 노동조합

누구도 이들의 안정적인 고용을 책임지지 않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지 않는 현실에서, 그 안전을 책임져온 것이 노동조합이다. 예를 들어, 노조는 산재 신청 및 적용 확대 투쟁을 지속해왔다. 그 힘으로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 점차 확대되었고, 2023년 7월 1일부터는 산재보험의 '전속성 요건'(특정 하나의 업체에 대해서만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폐지되기도 했다.

장시간 운행으로 길에서 과로사하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화물노동자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화물연대본부 등은 오랫동안 안전운임제 도입을 요구했다. 각계의 노력 끝에 2018년 3월 안전운임제가 도입되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화물차의 높은 사망 사고율을 지적하며, 그 원인인 낮은 운임에 따른 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2)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부터 3년간 컨테이너·시멘트 2개 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시행되었지만, 2022년 12월 말 결국 일몰되었다.

불안정한 건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안정화하기 위해 건설노동조합이 직접 발로 뛰었다. 건설노조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속 사용자를 특정해왔고, 그 일환으로 2017년부터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 등 사용자 단체와 단체교섭을 맺어왔다. 그렇게 맺은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유급휴일 수당 지급, 평일 8시간 근무 및 토요일 단축 근무, 연장수당 확립 등을 정착시켜나갔다.3)

또한 배전 노동자들의 백혈병이나 근골격계질환 등에 대한 직업병 인정 투쟁, 위험 작업을 중단할 권리(작업중지권) 확보, 건설 현장 화장실 설치 등 건강권 향상을 위한 활동 역시 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건설노조 탄압으로 현장은 산업재해 은폐를 막기 어려워졌고, 건설노조 조합원 고용 역시 더욱 불안정해졌다. 노조가 그동안 기틀을 마련해온 건강권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라이더들은 교통법규를 지키며 운행하면 시급 차이가 7000원 가까이 난다는 것을 '안전 배달' 실험으로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화물차 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교통법규 위반 없이 적정 소득 보장을 위한 '안전배달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권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은 무엇 하나 당연히 얻어진 것이 없다. 사용자가 외면하고 정부의 제도 마련이 없는 현실에서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탄압받을 만해서 받았는가

국토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시멘트와 수출입 컨테이너 부문 화물차 노동자의 수입이 증가하고 업무시간은 감소했다. 또한 시멘트 품목에선 화주, 운수사, 차주 모두 과적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했다.4)

그렇게 안전운임제 적용 후 3년이 지나 일몰 시기가 다가온 2022년 6월, 화물연대의 1차 총파업 이후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논의에 합의했지만, 연말이 되자 스스로 한 약속마저 폐기했다. 오히려 2차 총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탄압하며 '불법'이란 색을 입혔고 업무 개시 명령을 두 차례나 발동했다.

대대적인 회계 감사와 압수수색을 비롯한 노동조합 옥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아온 곳은 건설노조다. 자본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팽개쳤고,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선택을 했다.

자본이 내동댕이쳤기에 비어있던 고용 안정 및 노동자 건강권 향상의 실질은 노동조합이 메워왔다. 오랫동안 불안정했던 업종과 법이 다 담지 못하는 다양한 노동관계 속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활동한 노동조합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자본은 계속해서 더 취약한 곳을 공격할 것이다.

'화폭', '건폭'과 같은 단어는, 마치 노동계 일부의 문제로 낙인찍기가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현재의 탄압은 노동자들을 분절시키는 시도이고, 또한 노동자 모두를 향한 공격이기도 하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싸움을 지금, 함께 벌여 나가야 하는 이유다.

1) "고속도로 사망 51% '화물차' 탓... 무리한 야간운전 '禍 (화)' 부른다", 2019.8.16.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 all/20190816/96986741/1
2) "안전운임제 효과, 3년 만에 말바꾼 국토부". 2022.12.05. 주간경향.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 article/202212050754001
3) 정부의 탄압으로 교섭이 지연되었지만, 2023년에 도 건설노조와 사용자단체 간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2023년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임단협 상견례 및 1 차 교섭 진행해", 2023.06.13, 건설노동조합. (https:// www.kcwu.or.kr/news/75448), "2023년 노동절에 건설 노동자가 분신했다", 2023.05.23., 시사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 html?idxno=50332
4)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성홍모, 2022.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국회토론회>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8월호에도 실립니다.


#노동자 건강권#노조 탄압#화물연대본부#건설노조#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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