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 영향으로 급변풍, 태풍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공항에 항공기 결항이 잇따르면서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9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국내선 123편(출발 49편·도착 74편), 국제선 14편(출발 7편·도착 7편) 등 총 137편이 결항됐고, 국내선 30편(출발 14편·도착 16편), 국제선 3편(출발 1편·도착 2편) 등 총 33편이 지연됐다.
오후 1시께 찾은 제주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은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승객들과 결항 안내로 대체 항공편을 찾는 승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날 저녁부터 제주에 태풍 직접 영향이 우려되면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오후 6시 이후 항공편을 전면 결항 조치했다. 이에 비교적 이른 시간대 항공편을 예매한 승객들과 저녁 시간대 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던 승객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결항 안내를 받지는 않았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일찍 공항을 찾은 승객들은 운항 안내 전광판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 결항 안내 문자를 받은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항공사별 결항 안내 데스크에서 긴 기다림을 이어갔다.
아내와 함께 제주에 여행 온 김대준씨(55)는 "저녁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 거라고 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항공기가 결항돼 당혹스럽다"며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내일 저녁이나 금요일에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업무차 제주를 찾은 장아무개(60)씨는 "항공기가 결항될까 걱정돼 평소보다 일찍 공항을 찾았다"며 "표가 얼마 남지 않아 원했던 시간보다 이른 표를 예매했는데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십여 명의 아이들과 제주에 전지훈련 온 한 교사는 자신의 항공편만 결항되는 바람에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제주에 머무르게 생겼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항공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항공사 직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운항 정보를 파악하고 승객들에게 안내하느라 무전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항공사들은 태풍 카눈이 이날 저녁부터 10일 새벽 사이 제주를 강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날 오후 6시 전후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을 사전결항 조치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6시 이후 제주행, 오후 6시 20분 이후 제주발 항공기 전편을 사전 결항 조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후 4시 50분 이후 제주행, 오후 5시 이후 제주발 항공기 전편 결항 조치했다. 제주항공은 오후 5시 이후 제주행, 제주발 항공기 전편을 사전 결항 결정했다.
이 밖에 에어부산, 이스타, 진에어, 에어서울, 하이에어 등 대부분의 항공사도 9일 오후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태풍 카눈은 9일 오전 11시 서귀포남동쪽 약 320㎞ 해상을 시속 12㎞로 북서진하고 있다. 10일 새벽에 성산 동쪽 130~140㎞ 부근 해상을 지나며 제주와 최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