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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Moose Lake 지역 Mercy 병원(critical access) 수술실 내부 병원은 30병상정도로 작지만 상시근무 마취과 의사 및 각종 X선 촬영장비와 수술실을 현대적으로 갖추었음(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미국 미네소타주 Moose Lake 지역 Mercy 병원(critical access)수술실 내부 병원은 30병상정도로 작지만 상시근무 마취과 의사 및 각종 X선 촬영장비와 수술실을 현대적으로 갖추었음(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나백주
 
"저희 어머니를 1년 넘게 진료한 교수님은 분명히 외상성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보험사는 교수님을 만나보지도 않고 다른 병원에서 자문을 구하고 보험금을 못 준다는 거에요. 환장하는 거죠."

뚜렷한 질병성 뇌출혈에도 보험회사가 무리한 의료자문을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환자가 다른 질병으로 매월 CT 촬영을 받아 외상 흔적이 없음이 명백하지만, 보험사는 "기억하지 못한 외상이 있을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 의료자문 악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경로당에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이상희(74)씨는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다. CT상 뇌출혈이 의심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지난 2021년 8월 현대해상 '무배당간편한333건강보험' 계약을 맺었던 이씨는 이어 수술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 의사의 의료자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씨의 자녀 박정민씨는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가 왜 의료자문에 서명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보험사는 서명을 안 하면 보험금 지급이 안 된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발해도 외상 없고, 과거 CT 깨끗한데...왜?
 
 비외상성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이상희씨의 집도의는 지난 7월 소견서에서 "수술 소견상 외상을 시사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환자는 병력상 외상이 없었으며, 수술을 위해 이발한 후에도 두부 어느 곳에도 외상을 시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외상성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이상희씨의 집도의는 지난 7월 소견서에서 "수술 소견상 외상을 시사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환자는 병력상 외상이 없었으며, 수술을 위해 이발한 후에도 두부 어느 곳에도 외상을 시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이상희씨 제공
 
이어 "비외상성 뇌출혈이 확실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의료자문을 받았는데, 외상성 뇌출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보험사 말대로 만약 어딘가에 부딪혔다면 수술을 위해 머리카락을 밀었을 때 흔적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집도의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집도의는 소견서에서 "수술 소견상 외상을 시사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환자는 병력상 외상이 없었으며, 수술을 위해 이발한 후에도 두부 어느 곳에도 외상을 시사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험사 의뢰로 자문에 나선 다른 병원 의사는 "환자가 외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다소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 외상이 발생한 뒤 4~6주 이후 뇌출혈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황당했다. 그의 어머니 이씨는 앞서 수두증으로 약 1년 동안 진료받으면서 매월 1~2회가량 CT 촬영을 받았는데, 그간 아무런 외상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수두증을 진료했던 교수님이 이번 뇌출혈 수술도 집도했는데, 외상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주치의 진단 우선하도록 하는 기준 마련해야"

이런 상황에서 현대해상은 또 다시 의료자문을 요구했다. 제3의료기관에서 보험사와 계약자가 동시에 자문을 받아보자는 것. 박씨는 "현대해상이 동시 자문을 진행하자고 저에게 얘기한 상태"라며 "그런데 외상성이든, 비외상성이든 결론이 나오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말을 시원하게 하지 않고 있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제3의료기관 자문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제3의료기관 판정이 나오면 그 결과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보험사가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보험사와 의사 사이 충돌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만약 의사가 환자에 유리하게 진단했다하더라도 보험사가 먼저 보험금을 지급한 뒤 병원에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다른 병원) 의사의 판단에 대한 공정성이 담보되는지 의문"이라며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치의의 진단을 우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자문#보험#현대해상#뇌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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