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감한 서울 S초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토론회 공식 주제발표에서도 "학부모 민원은 학교 관리자(교장과 교감)가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날(9일) 국회 교육위 강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학교 민원은 학교의 장이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권보호 3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어 이 같은 발제 내용이 더욱 눈길을 끈다(관련 기사 :
"학교장이 민원처리 하라"...민원창구 개설 법안 나왔다).
"소통 안 되면 고통 된다"
10일 오전 9시 30분, 교육부와 국가교육위는 '교권회복 및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었다. 이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지산 변호사(울산시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는 '학부모-교원 간 소통체계'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교육부의 현황 자료를 보면 (교사가) 학부모와 관계에서 '협박' '모욕·명예훼손' '부당 간섭행위'가 전체 학부모 침해 행위의 71.3%에 달한다"면서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 변호사는 "(학부모 민원이) 교원의 직무와 책임상 한계 범위가 있음에도 모든 문제에 대해 교원에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교원의 직무·책임 범위 외 사항에 대한 학부모 민원은 학교 관리자가 대응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교원 직무 범위 외 사항을 교원이 이행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학부모의 책임요구에 대해서도 교원이 응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강조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단순한 학생 상담이 아닌 학부모의 복잡한 민원 제기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S초 사태에서 보듯 한국의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을 담임교사가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
또한 지 변호사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불이익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침해 행위를 한 보호자에게 학교가 보호자 특별교육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특별교육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날 또 다른 주제발표에 나선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부원장도 "아동학대 처벌 신고에 대해서도 무고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무고의 경우 가중 처벌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무고죄가 없어 생활지도에 나선 교사들이 무분별하게 신고당하는 현실을 막기 위해서다.
한편, 이날 학생인권조례 찬반 의견을 가진 단체 관계자들 20여 명이 양쪽으로 나뉘어 토론회 직전 행사장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조례 찬성 쪽에서는 "학생인권 사냥 대신 교사에게 충분한 지원을"이란 글귀의 팻말을 들었고, 반대쪽에서는 "학생 탈선 조장 학생인권조례 OUT!"이란 팻말을 들었다.
"인권 사냥 마라" vs. "학생 탈선 조장"... 학생인권조례 팻말 싸움
이날 인사말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최근 몇 년간 확대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강조한 데 반해 책임이나 의무에 대해서는 간과해 학생인권과 교권 간 불균형을 초래했다"면서 "교육부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적극 혁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다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학생인권조례는 시도 자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없다"라면서 "이주호 장관도 조례 폐지를 얘기한 게 아니라 조례 개정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