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무사히 지나간 12일 오후 4시 반 강화군 강남중학교 체육관에 지역사회 주민들이 모였다. 길상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마련한 '한여름 밤의 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더위에 지친 탓일까? '위로해 Dream!'이란 주제가 맘에 들었을까? 700여 명의 관객들이 넓은 체육관을 채웠다.
길상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음악을 통해 정서함양은 물론 지역사회 화합을 위한 잔치를 벌여왔다. 음악회는 올해로 12년째 이어져 오는 행사이다. 주민들은 코로나로 인해 몇 년 중단되었다가 다시 열리게 되어 무척 반갑게 맞이했다. 음악 콘서트는 1부 오프닝 무대와 2부 힐링 콘서트로 다양하고 폭넓게 진행하였다.
지역동아리의 멋진 공연... 언제 이런 실력을!
1부 무대는 지역동아리 중심으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자리였다. 강화를 사랑하는 드럼 동아리의 연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노사연의 '바램'과 같은 귀에 익숙한 노래를 역동감 넘치는 연주로 장내를 압도했다.
이어지는 난타 공연. 일사불란하게 둥둥둥! 힘이 차고 넘쳤다. 힘찬 두드림은 체육관을 들썩들썩하게 하였다. 난타 동아리는 길상면 주요 행사에 자주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고,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라 한다. 8년간 호흡을 맞춘 회원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싶었다.
아마추어 실력을 뛰어넘는 색소폰 연주도 인상 깊었다. 귀에 익숙한 노사연의 '만남' 등을 연주하였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중년의 아버지 합창단의 화음도 감동을 주었다. 노래가 좋아 모인 남성들만의 합창단 노래는 중후한 맛을 내어 듣는 이로 하여금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1부 순서 마지막은 <전국노래자랑 강화군편> 최우수상을 차지한 황은비가 장식하였다. 토끼 소품을 만들어 타고 부르는 노래는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하여 기쁨을 선사하였다.
잔잔한 감동이 있는 무대
이어지는 2부 순서. 전문 아티스트들이 출연하여 격을 높이는 힐링 콘서트 무대로 진행되었다. <MBC 대학가요제> 수상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김정식이 무대를 열었다.
포크송의 붐을 일으킨 전설적인 가수 김광석의 '일어나', '이등병의 편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등 주옥같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노련미가 있는 아름다운 무대이다. 힘을 내라는 '일어나'와, 젊은 날 군대 시절을 노래한 '이등병의 편지'는 추억의 길목으로 안내했다. 나이 들어가는 부부가 살아온 나날들을 회상하는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는 모두 공감하면서 잠시 관중석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성악가 테너 송봉섭의 무대. '오 솔레 미오'는 폭풍우가 지난 뒤 찬란한 햇빛이 비치는 노랫말처럼 힘이 느껴졌다. 영화 <미션>의 주제가 '넬라 판타지아'는 객석을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였다.
국악인 양수남과 전수자의 매화타령을 비롯한 민요 메들리는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귀에 익숙한 뱃노래는 우리 가락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
김정식과 송봉섭이 부른 '퍼햅스 러브', '향수', '내 마음의 강물'은 일상에 지친 주민들에게 위로를 주는 훌륭한 무대였다.
마지막 무대는 완이화가 빛을 냈다. 완이화는 <KBS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미얀마가 고향인 다문화가족이다. <트롯 전국체전>,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여 발굴의 실력을 뽐낸 바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그녀가 부른 상사화가 구슬프다. 조용필의 '바람의 아들', '나는 문제가 없어'를 부르고 앙코르곡으로 '신사랑 고개'를 구성지게 선물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구김 없이 자라 발랄하고 참 예쁘다. 관중들의 힘찬 박수는 노래하는 그녀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이주호 작사, 작곡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사랑으로'를 함께 부르며 뜻깊은 공연은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순수한 열정이 만든 음악회
전문 기획사의 연출과 번쩍번쩍 화려한 조명이 있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지역주민이 만들어 낸 한여름 밤의 음악회는 일상에 지친 주민들에게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고 큰 위로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끝으로 지역 관계기관에서 후원하여 진행한 푸짐한 경품 추첨행사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기쁨을 주었다. 전문 공연 기획사가 꾸민 화려함에서 느끼는 감동보다도 순수한 열정으로 지역민의 정서를 담아낸 아름다운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