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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법무부는 '국익위해자 검거 협조 외국인 국내체류 허용'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테러 위험 외국인을 제보한 외국인 A씨의 공을 인정해 그와 그의 가족의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하겠다는 내용이다. 보도자료는 "국익에 대한 기여를 외국인의 체류자격 결정에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는 한동훈 장관의 멘트로 마무리된다.

다수 언론들은 이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자료가 나온 그날(6월 16일), 이 소식을 다룬 기사는 33건이었다. 몇몇 언론은 <'IS 테러 위험 제보 외국인' 한동훈 지시로 체류 연장(매일경제)> <한동훈 "대한민국 안전에 기여한 외국인, 체류 연장 적극 검토"(머니투데이)>처럼 장관의 이름을 제목에 전진 배치했다.

 
 법무부의 <국익위해자 검거 협조 외국인 국내체류 허용> 보도자료.
법무부의 <국익위해자 검거 협조 외국인 국내체류 허용> 보도자료. ⓒ 법무부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많이 다르다. 기관에서 나오는 각종 자료들의 건조하고 짧은 문장들은 객관·중립의 외관을 띄면서도 '우아하게' 기관장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위에 소개한 법무부의 보도자료가 특히 그렇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법무부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A씨는 2005년부터 한국에서 일한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노동자다.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2018년, 국정원과 경찰에 협력해 IS 추종 테러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폭탄 및 총기제조 방법이 담긴 자료와 탄피 등을 발견해 제보한 것이다. 

신변의 위협과 자신의 불법체류 사실을 드러내면서까지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정부는 A씨에게 주로 난민 지위의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8개월짜리 G1-99 체류 허가를 내 줬다. 첫 번째 연장은 가까스로 허용됐지만, 두 번째 연장은 법무부가 거절했다. 불이익을 무릅쓰고 수사에 협력했는데 졸지에 자녀 둘과 함께 추방될 위기에 몰리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구명운동이 일어났고, 언론 보도로 여론과 정치권도 움직였다.

한동훈 법무부의 대응은 바로 그 문제가 된 G1-99비자를 '1년 기한'으로 A씨에게 연장해 주는 것이었다. 1년 한시 체류, 이게 지난 6월 16일 보도자료가 말하는 '체류 허가'의 실제다. 구체적으로 A씨 가족을 대한민국에 머물게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1년 뒤에 다시 연장 심사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지난 심사에서처럼 법무부가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이후 A씨 가족은 추방된다. G1-99비자의 최대 기한은 1년이다. 운 좋게 연장이 된다고 해도 1년마다 법무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심지어 A씨가 과거 테러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체류 허가를 얻을 수도 있었다.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생해 비합법 신분으로 체류 기간이 6년 이상인 아동에게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D4비자를 부여하고, 부모의 경우 범칙금 납부를 조건으로 임시체류자격을 주는 제도다. 그런데 A씨가 테러 수사 협조로 G1비자를 받게 되자 자녀의 비합법 체류기간이 5년 11개월에 멈추고 말았고, 이 제도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수사협조를 하지 않았다면 A씨가 신청할 수 있었던 체류자격 부여 제도
수사협조를 하지 않았다면 A씨가 신청할 수 있었던 체류자격 부여 제도 ⓒ 법무부
 
결국 국익도 인권도 아닌... 한동훈 정치에 활용된 A씨의 사연

게다가 A씨의 상황에 딱 맞는 제도가 갖춰져 있는데도, 법무부는 이 제도를 없는 것인양 취급한다.  

2021년 신설된 이른바 '특별기여자 체류 요건(F-2-16)'이다. 법무부가 말하는 요건은 정확히 A씨 사례에 부합한다. "국가기밀 또는 첨단산업정보 유출, 테러 등 중요정보를 제공해 국가의 안전보장에 공헌한 사람으로서 대외정보 중앙기관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대상이다. 여기서 '대외정보 중앙기관장'은 경찰청장과 국정원장이 포함되는데, 이미 경찰은 A씨의 공로를 인정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류 긍정 검토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를 인정해 체류를 허가하는 특별기여자 제도 요건. A씨의 사례처럼 테러 관련 중요 정보를 제공한 경우가 명기되어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를 인정해 체류를 허가하는 특별기여자 제도 요건. A씨의 사례처럼 테러 관련 중요 정보를 제공한 경우가 명기되어 있다. ⓒ 법무부
 
그러나 법무부는 A씨에게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제도는 무시한 채, 1년짜리 임시체류허가를 내줬다. 그러고는 마치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처럼 상황을 포장했다. 앞서 설명한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1년짜리 임시 허가'라는 내용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조건이 나은 비자를 받을 수도 있었다'는 점도, A씨에게 안성맞춤인 '특별기여자 제도'의 존재도 찾아볼 수 없다.

남은 것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국익 우선 이민정책'뿐이다. 법무부가 국익 중심 이민정책으로 파격적인 체류허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라면, 가장 먼저 A씨의 공로를 인정하는 제대로 된 체류 허가를 내주는 것이 우선 아닐까? 불이익을 무릅쓰고 테러를 제보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대접이 이렇다면 과연 어떤 외국인 체류자가 대한민국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협조할까. 

법무부는 장혜영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지난 14일 밤 "F-2-16 등 다른 체류자격 부여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는 않으나,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먀 "G1-99자격의 연장에 대해,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연장을 허가하겠다"라고 답했다.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A씨가 법무부로 말미암아 겪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상기하면, 한동훈 법무부의 '국익 우선 이민정책'은 고임금 지식노동의 영역에나 적용될 뿐이다. 저임금과 고된 노동으로 기간산업을 떠받치며 이미 지역사회의 핵심 일원이 된 3세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없다. A씨의 사연은 국익도 인권도 아닌 '스타 장관' 한동훈의 정치에 활용되는 용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A씨 일가족의 운명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8.15광복절 특사 명단을 발표한 뒤 떠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8.15광복절 특사 명단을 발표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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