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EBS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무더기 해임되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남영진 KBS 이사 해임건의안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 건이 통과됐다. 또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절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건의안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 건을 통과시켰다. 남영진 KBS 이사장의 해임건의안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재가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다만 정미정 EBS 이사 해임건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방통위는 전체회의 직후 별도 자료를 통해 "남영진 KBS 이사장은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며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논란 등으로 인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는 등 KBS 이사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고 KBS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적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미정 EBS 이사에 대해선 "TV조선 재승인 심사 사건 피고인으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EBS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며 해임 사유를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12일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받는 윤석년 KBS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다음날 이를 재가했다. 남 이사장 해임건의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 두 달 사이 3명의 공영방송 이사가 해임되는 것이다.
방통위, 회의 날짜 앞당기며 해임 절차 강행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는 야당 측 위원 의견은 사실상 무시된 채 강행됐다. 방통위는 통상 수요일에 열리는 전체회의 일정을 월요일로 정하면서, 야당 측 위원에겐 별다른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김현 상임위원(민주당 측)은 이날 회의에서 "(회의 개최를) 월요일 오전에 일방적으로 일정 조정해서 통지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지만, 김효재 직무대행은 "관행으로 해왔던 거고 일이 급하면 여러가지 형태로 회의를 하기도 한다"며 회의를 강행했다.
남영진 KBS 이사장이 "해임 절차에서 김효재 부위원장을 배제해달라"며 낸 기피신청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찬성 1명(이상인), 반대 1명(김현)으로 부결(찬성 반대 동률시 부결)됐다.
남영진 KBS 이사장은 방통위 전체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이사장 해임건의안 의결은 법적 절차와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원천무효"라며 "해임건의에 따라 해임처분이 있을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즉각 소송을 제기함은 물론,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불법과 부당함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 이사장은 이어 "위법한 해임건의안을 강행처리한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권한대행과 이상인 위원 등을 대상으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에 더해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권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청문회는 이날 오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KBS·방문진·EBS 이사들은 남 이사장 등의 해임이 예고됐던 이날 오전 과천 방통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역사는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짓밟고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유린한 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장악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도를 넘은 폭주는 이 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공영방송'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며 오직 '정권이 주인인 허울뿐인 공영방송'을 원한다는 말"이라며 "지금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야만'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공영방송에 대한 위협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영진 KBS 이사장,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 KBS 이사, 유시춘 EBS 이사장, 문종대·박태경·정미정·조호연 EBS 이사,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강중묵·김기중·김석환·박선아·윤능호 방문진 이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