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국회를 찾아가 2022년 9월과 10월에 이어 지난 7월에도 산업재해사망사고가 난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현대비앤지스틸지회는 16일 오후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1개월 동안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대비앤지스틸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의 조속한 수립"을 촉구했다.
현대비앤지스틸 창원공장에서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2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현대비앤지스틸지회는 노후 설비 개선과 부족한 현장인원 충원을 사측에 요구해 왔다. 그런데 지난 7월 18일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현대비앤지스틸지회는 이날 "사측은 오로지 생산성 타령만을 반복하며 노동조합의 (안전 강화) 요구를 철저히 무시해왔다"며 "노동조합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요구한 안전조치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 톤의 철판 제품이 크레인으로 이동하던 도중 떨어지는 중대재해에 준하는 안전사고가 있었지만, (사측은) 부상자나 사망자가 없어서 중대재해가 아니라며 현장의 위험성을 방치하기도 했다"라며 "이번 중대재해 역시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기계 부품 대하듯이 취급했던 현대비앤지스틸에 의해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7월 18일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이들은 "사고가 발생했던 가이드 테이블 보수작업에 대한 작업 메뉴얼이 없었고 가이드 테이블을 고정하던 볼트가 노후로 마모되어 이탈해 발생했다"라며 "노동조합과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사측이 조금만 귀 기울이고, 진정성 있게 노동안전 문제를 다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밝혔다.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한국의 어떤 사업장에서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라며 "길을 지나는 대한민국 국민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답할 상황이 현대비앤지스틸에서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에 대해 "실질적 경영책임자인 정일선 대표이사의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공동대표를 만들어 안전관리책임자 감투를 씌웠다. 3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동안 정일선 대표이사는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발생했던 두 건의 중대재해조차 아직 조사 중이며, 노동자들의 죽음을 책임져야 할 정일선 대표이사의 구속은 요원하다"라며 "그러는 사이 현대비앤지스틸 노동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반복되는 중대재해에 노동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연차까지 쓰며 일터에서 거리를 두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주 의원과 금속노조는 "현대비앤지스틸은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조속히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동시에 노동부와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적용과 함께 3건에 달하는 중대재해의 책임자인 정일선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현대비앤지스틸의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