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용산구 소재 동물보호시설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 H5N1형)에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엿새 뒤인 7월 31일에는 서울 관악구 소재 고양이 보호소에서 AI( H5형) 확진이 나왔다. 고양이 감염 사례는 2016년 경기도 포천 발생이후 7년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AI 방역실패의 책임을 동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AI 감염 생육 유통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농림부, 방역 실패하고선 애먼 고양이에게 책임 전가"
동물자유연대는 방역당국의 보호소 보호동물(개·고양이) 및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감염검사가 정부의 실책을 덮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보호시설 내 개·고양이에 대한 감염검사 결과를 공표한 서울·강원·충북·전북·경남의 경우 단 한 마리의 양성개체도 나오지 않았고 질병의 특성상 고양이 간 전파 가능성이 낮은데도 보호소 고양이와 동네 고양이 조사에만 집중한다는 것.
이들은 되레 이번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방역 실책에 있다고 비판했다.
"보호소 사료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되고 정밀검사를 통해 확진되었음에도 고양이 감염검사에만 집착하는 행태가 가축전염병 방역에 있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에 급급한 행태"라는 것이 동물자유연대의 주장이다.
즉,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가금류농가에서 발생한 것인데 방역당국에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통돼 반려동물 간식(사료)으로 제조되어 공급되고 고양이 감염사태까지 발생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고양이들의 감염여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AI 발생 농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동물자유연대의 주장대로라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가금류농가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 농장 내부에서 다른 개체들도 감염됐을 경우, 다른 업체로도 납품됐을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정밀조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정부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원료공급업체 가금류농가에 대한 조사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료제조 업체의 경우 항원이 확인되자마자 업체명과 제품명을 공개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명령을 내린 반면, 원료 공급업체의 경우 농장명, 같은 기간 해당 농장으로부터 납품 받은 업체, 이에 대한 조치는 공개하지 않았고 실제 조사가 이뤄졌는지조차도 확인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정부는 방역체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애먼 고양이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를 즉각 그만두라. 대체 어떻게 AI에 감염된 생육이 유통돼 반려동물용 사료에 사용하게 됐는지 경로부터 제대로 분석하라"면서 "또한 사람이 먹는 식품에도 유입된 것은 아닌지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