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인사청문보고서)가 여야 대립 끝에 시한 내 채택되지 못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를 "방송 정상화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운 반면, 야당은 "걸어다니는 의혹백화점"이라고 깎아내렸다.
결국은? 늘 그래왔듯이 '답정너' 임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 만료(23일)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라는 수식어를 달아 이동관 후보자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그러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경우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 제6조3항에 따라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청문보고서 없이도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열 다섯 차례에 걸쳐 벌어진 일이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장관, 이상민 행안부장관, 원희룡 국토부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김현숙 여가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이주호 교육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등 15명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바 있다. 이번에 이동관 후보자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경우 16번째가 된다.
'형해화(形骸化)' 완성된 인사청문회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여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필수인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이 가능하고, 실제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아니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34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기 사람을 데려다 쓰는 건 권력자의 재량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기초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버텨 답정너로 임명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사청문회법 제12조1항에 따르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타 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 제12조4항은 "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자료의 제출을 요구받은 기관이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 기관에 이를 경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청문회에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방통위와 국정원 등 정부 부처와 고려대, 하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3개 기관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의원 등은 이 후보자를 겨냥해서도 "장남의 생활기록부 및 입시 관련 자료, 가족의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 내역 등 기초자료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무용론도 제기된다. 어차피 대통령 마음먹은 대로 임명할 게 뻔한데, 굳이 헛심 들여 정쟁만 연출하고 국민 피로감과 정치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