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청소년, 시민들이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중단을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고 한 어민은 "내가 뽑은 대통령, 내가 지지하던 국민의힘, 다 어디 가셨느냐"고 따졌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 경남행동이 25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촉구 경남대회'를 열었다. 3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먼저 묵념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여러 구호를 외쳤다.
발언이 이어졌다. 통영에 살고 있는 전민경 전국어민회총연맹 대외협력실장이 중간에 마이크를 잡아 "일본 후쿠시마 핵폐기물 해양투기 나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전 실장은 "2023년 8월 24일 13시 03분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가슴 아픈 흑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그들은 바다와 국민을 외면했다"라며 "어떠한 경제적 가치로 변명한다고 해도 핑계가 될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민들의 상황에 대해 그는 "지금은 한참 조업철이라 바다를 보면 희망이었고 기쁨이었다. 그러나 요즘 조업 나가는 바다가 공동묘지를 가는 것 같다라고 표현을 한다"라며 "수산의 1번지 통영에서 전어 선단들이 전어철을 맞아 전어를 국민 식탁에 올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조업을 포기했다"라고 소개했다.
"저희도 잡고 싶다"고 한 그는 "그러나 잡을 수가 없다. 국민의 85%가 수산물을 기피해 먹지 않고 있다"라며 "수도권에서 소비가 일어나야 하는데 잡으면 뭐하느냐. 소비자가 먹지 않고있으니 어민이 힘들지 않느냐. 다음 달이면 추석이 되는데 다른 지역 어업인들 말 들어보니 전복 선물 예약이 한 건도 없다고 한다. 폐업 신청자만 완도에서 70여 군데가 넘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실장은 "어민이 과학을 상식으로 알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괴담이라고 외면하고 남의 나라 일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국민 혈세로 애꿎은 피해 보상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그런 거 필요 없고 다시 되돌려 놓으면 된다. 버스 잘못 타면 내려서 다시 갈아 타면 된다. 무슨 말만 하면 괴담이다, 빨갱이다, 왜 그런 말들을 하느냐"고 따졌다.
"지금 대통령 저도 뽑았다"고 털어놓은 전 실장은 "일본이 핵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데 왜 여·야로 갈라치기 하고 괴담이라 하느냐"라며 "대한민국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함께 일본을 규탄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뽑은 대통령, 내가 지지하던 국민의힘, 다 어디 가셨느냐. 왜 덮어 두고 안전하다 하느냐"고 물었다.
"해양 생태계의 변화무쌍을 누가 감히 단정 지을 수 있느냐"고 한 전 실장은 "왜 성실하게 바다만 바라보고 순수하게 살던 어민들끼리 서로 갈라지게 하느냐. 그 사이좋던 형님 아우 사이가 이제는 여당 야당 편이 된 듯 하다. 핵오염수 투기는 전 세계가 반대하고 있는데 한국만 찬성한다며 의아해 한다"라고 했다.
전 실장은 "핵오염수 투기는 막아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 왜 순수한 어민들을 정치에 이용하느냐. 평생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당장 멈추어달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하라. 일 하시라고 대통령 시켜줬다. 못 하시겠거든 제발 좀 내려오시라"고 외쳤다.
청소년들도 무대에 올랐다. 서지희 학생(중3)은 "오염수 방류도 충격적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우리나라의 태도는 더 충격적이다. 일본 정부를 두둔하고, 오염수 방류 반대를 무조건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이 정부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서 학생은 "왜 몇몇 어른들의 선택 때문에 앞으로 오십 년, 육십 년 또는 그 이상을 더 살아갈 청소년들이 이리도 큰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염수 방류 우려가 커지자 급식에 수산물을 늘린다고 한다. 저희가 왜 먹어야 하느냐"라며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표출했다고 눈치를 봐야 하는 이 사회에 분노를 느낀다. 하루 빨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침을 준비하고, 지금이라도 방류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가빈 학생(고3)은 "왜 일부 어른들의 어리석은 선택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고통받아야 하느냐"라며 "우리 청소년들은 너무나도 두렵다. 우리는 여태 당연히 여기던 것, 당연히 여겨야 마땅할 것들을 전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오염수 방류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하고 참담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국민을 고려할 생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청소년들은 대통령께 묻고 싶다. 고통 받을 국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 보신 적 있느냐"라며 "이번 결정이 일으킬 문제들은 청소년들의 눈에도 너무나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나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는 분은 모른다.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가냐"고 한 문 학생은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민을 괴담 조작 세력으로 치부하고 남는 수산물은 군대, 학교 등 급식으로 줘버리면 그만이다. 이렇게 국민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 정녕 국가이고 정부라는 것이냐? 믿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대한민국 정부의 현주소이다"라고 말했다.
강종철 경남행동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핵오염수 방류는 핵테러의 시작이다. 끝까지 막아야 한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그 영향이 대대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우리는 핵오염수에 분노하는 국민의 힘을 모아내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윤석열정부 규탄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전 세계 생명을 파괴하는 일본의 무도한 침략에 손을 잡고 있다"라며 "대대손손 지켜 나가야 할 환경의 심장인 태평양에 독침을 꽂았다. 윤석열 정부는 그 침략에 자주성을 잃고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병옥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답답하다. 국가가 나서서 방류 반대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내년 총선이 오기 전에 퍼뜩 내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생각났다. 윤석열 정권을 이대로 놓아 두어도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백남해 천주교 신부는 "지금 정부는 핵폐수 방류를 말리지도 않고, 말리는 척도 안 한다. 그러면서 말마다 국민 건강을 지킨다고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며 "중국이 일본 수산물에 대해 전면 수입 금지를 했다. 그러자 일본은 그 대응 수위가 너무 높아서 당황해 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폐수가 아무 문제가 없다 하니 이번 기회에 후쿠시마 수산물을 사달라고 수입 금지를 풀어 달라고 한다. 지금 정부 논리라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하는 게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남대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같은 장소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허성무(창원성산), 송순호(마산회원), 이옥선(마산합포), 김지수(창원의창), 한경호(진주을), 변광용(거제) 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남 대회 참가자들은 상남동 분수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