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육권 보장을 외치는 집회가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 26일 여섯 번째 집회에도 6만여 명이 모여들었다(관련 기사:
"9월 4일은 교육관계회복일, 방해 말라" 6만 교사 함성 https://omn.kr/25dd0 ). 그런 가운데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교육부가 교원의 집단적 연가 사용 및 학교의 재량휴업 움직임에 대해 엄정대응을 예고했다.
평일 낮 집회에 '엄정대응' 예고한 교육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5일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아이들의 학습권을 외면한 채 수업을 중단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법'은 국가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을 가리키는데, 재량휴업 관련 조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와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 ①학교의 휴업일은 학교의 장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한다. ②학교의 장은 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임시휴업을 할 수 있다.
교육부의 주된 논리는 이렇다. S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개최하는 '공교육 멈춤의 날'이 학년도 개시 전에 계획된 학사일정이 아니고 비상재해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 밖의 급박한 사정"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장 임의로 재량휴업을 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보고 받은 후 긍정적 검토를 지시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오는 추석연휴와 개천절 사이에 들어있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이유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전 정부에서도 그와 비슷한 명분을 내세워 임시공휴일을 만들어냈다. 연초에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 때나 필요에 의해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임시공휴일이 탄생하기도 한다.
학교장은 연초에 미리 정하지 않은 경우 "급박한 사정"이 있어야만 임시휴업(재량휴업)을 할 수 있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임시공휴일을 생성할 수 있다.
교육부, 교사들의 절박한 요구 경청해야
임시공휴일을 생각하면, 왜 학교 재량휴업에만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재 주말마다 열리는 추모집회는 특정한 단체가 주관하는 게 아니라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진행하고 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발걸음을 내딛은 사람들이다.
26일 기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연가, 조퇴 등의 방법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교사가 약 8만 명 정도라고 한다. 오는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학교도 38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삽시간에 번진 교육계의 '들불'에 깜짝 놀란 교육부는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 행위의 금지)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휴업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소속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교장이 재량휴업을 선포할 경우 교육부가 이를 불허할 권한이 없다는 것. 둘째, 재량휴업을 못한 학교의 경우, 교사 개인이 수업을 마치고 조퇴하여 추모행사에 참석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교육부는 번져가는 들불을 억지로 끄려고 무리수를 두지 말고, 교육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 들불이 저절로 잦아들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