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차량 실내등이 켜져 있습니다. 방전될 듯하여 알려드려요.
아! 언제부터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어제 오후 도서관 다녀오며 차를 탄 게 마지막인데... 생각도 못하고 있던 일이라 무척 당황스럽다. 게다가 나는 지금 집이 아니라 아예 다른 도시에 와 있다는 게 더 문제.
어제는 밤에 차를 운전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켜져 있었을까? 더욱이 라이트도 아니고 실내등이라니... 켜져 있을 이유가 하등 없다. 그럼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일까? 확인할 방법이 없다.
문이 덜 닫힌 거라면 다시 닫기만 하면 되겠지. 누구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해볼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친구 엄마를 떠올려 연락했더니 마침 거기도 외출 중이라고. 혹시나 해서 관리실로 연락해 경비원 아저씨께 도움을 청했다.
아저씨가 가 보시니 문은 닫혀 있는데 실내등이 켜져 있다고 하셨다. 이건 아저씨가 달리 무언가를 해주실 수 있는 게 없다는 의미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지만 계속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아휴.
다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누구지... 왜?
"0000 차주 되시죠? 지금 실내등이 켜져 있는데..."
"아...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다른 곳에 와 있어서 당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그럼 있다 오셔서 시동 걸어보시고 괜찮음 다행이고, 아님 제가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보험회사를 불러서 점프하시고 30분 정도 시동을 계속 켜두셔야 해요."
"네~ 감사합니다."
아직 켜져 있는 불을 보고 또 다른 이웃의 전화다. 문자와 전화를 받으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문자도 보내주고 전화도 해주시는 것이 관심 아닌가.
요사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흉흉한 사건에 절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시점이다. 처음 문자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보이스피싱 인가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차의 실내등이 환히 켜져 있는 것을 안타까이 여긴 이웃들의 관심 표현이라 생각하니 내 마음의 문이 조금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기꺼이 문자를 보내주고 전화를 해준 이웃들. 그들은 정말 이웃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니 다행히도 차의 시동이 켜져서 보험회사는 안 불러도 되었다. 이웃님 덕분에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내등이 켜진 것은 뒷좌석 문이 조금 열려 있던 탓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도 같이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