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훈련 중 '잘못 발사된' 포탄을 맞고 사망했지만 '불발탄을 밟은 것'으로 사인이 조작된 A 이병 사건 당시 군이 "유가족에게 조의금 30만 원을 전달하고, '일체의 이의 제기치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기록한 보고서가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8사단 헌병대의 중요사건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폭발 사고'를 조사한 헌병대는 사망한 A 이병의 아버지에게 앞으로 아들의 죽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또 연대장과 부대 간부들은 별도의 조의금 30만원을 A 이병 아버지에게 전달했다.
헌병대 보고서 "아버지, 사인을 수긍하며... 각서 제출 후 귀가"
보고서는 "유가족 대표 아버지 OOO은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설명 듣고 사인을 수긍하며 부대에서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고 잘 보살펴 준 부대원들에게 고맙다고 한 후 일체의 이의 제기치 않는다는 각서 제출 후 귀가"했다고 유가족 동향을 기재했다.
이어 "연대장 10만 원, 대대 간부 일동 15만 원, 유족 여비 5만 원 도합 30만 원을 유가족에게 (조의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속 연대장 대령 박아무개 외 147명과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1985년 10월 25일 11시경 국군 일동병원에게 기독교 의식으로 영결식을 거행"했다고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엔 육군참모총장이 최종 서명했다.
군이 사망한 부대원의 유족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것 자체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법무관 출신의 김정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헌병대의 유족 조사 때 '군이 조사한 내용에 대해 특별히 이의가 없고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를 할 순 있지만, 군이 '일체의 이의제기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을 이유는 없다"며 "그건 그 자체가 이상하고 의도가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사단 21연대 2대대 5중대 소속 A 이병은 1985년 10월 24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승진훈련장'에서 훈련 중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부대는 '불발탄을 밟고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군진상규명위)가 당시 같은 부대원의 진정으로 재조사한 결과, A 이병은 같은 중대 화기소대에서 잘못 쏜 박격포 포탄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A 이병이 소속됐던 중대의 중대장은 신원식 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군진상규명위는 지난해 12월 결정문에서 "부대원들의 공통된 진술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은 훈련 과정에서 불발탄을 밟아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거리 측정 없이 급격하게 사격 된 박격포 포탄에 의해 사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망인의 소속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은 망인의 사인을 불발탄을 밟아 사망한 것으로 왜곡·조작함으로써 사고의 지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 의원은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군진상규명위의 결정이야말로 실체적 진실을 뒤집는 허위 결정"이라며 "특히 군진상규명위는 서로 대립되는 진술을 놓고 최소한의 검증과 확인도 없이, 합리적 논리도 없이 입맛대로 취사선택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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