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 이른바 공교육 멈춤의 날(공교육 정상화의 날)과 관련해 학부모·학생들이 시작한 지지 선언이 하루 만에 1만 5000여 명을 넘어섰다. 이 선언은 지난 30일 부산 북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가 구글폼을 활용한 온라인 서명(
https://url.kr/gijbed)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9월 4일을 앞두고 재량휴업을 결정했던 많은 학교가 교육부의 협박성 공문에 취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습니다. 파면, 해임, 형사고발 운운하며 선생님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이에 비록 한 개인이지만, 저부터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나아가 전국의 많은 학부모와 시민, 학생들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용기 내어 서명받았습니다."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접한 뒤 깊은 슬픔에 잠겼다던 학부모 A씨는 "선생님 한명 한명이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작 하루를 멈추는 일일 뿐인데, 엄정 대처나 징계 등을 운운하고 있다"라며 9월 4일에 함께 힘을 보태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추모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A씨의 이번 일을 중학생인 아이와 함께 결정했다고 덧붙여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교외 체험학습 신청서에 멈춤의 날 참가를 명기했다"라며 "아이와는 이날 인권에 관한 책을 보며 지내려 한다"라고 당일 계획까지 전했다.
이러한 외침은 공감을 얻으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다른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서로 이 글을 공유하면서 31일까지 1만5343명이 선언에 동참했다. 집계가 시작된 지 불과 하루 만에 학부모 1만2137명, 예비 학부모 2428명, 학생 778명이 힘을 보탠 것이다.
교육부에 의해 제동이 걸린 교사들은 학부모 등의 이러한 움직임에 감사를 표시했다. 한 교사는 "쉽지 않은데 (이렇게) 마음을 내줘 고맙다. 현장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힘을 얻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제안자인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겠단 생각이다. 사흘 뒤 두번째 선언을 추가로 공개해 교사들을 지지하는 학부모,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교육부에 알리기로 했다. A씨는 "4일까지 서명을 진행하고, 이날 오전에 2차 지지선언 참가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으로 학부모회 차원의 행동도 잇따른다. 세종 해밀초 학부모회장이 재량휴업 관련 입장문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고, 부산에서는 구포초와 가람중 학부모회가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 학부모는 "학교의 한 축으로 학교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결단을 지지 응원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A씨의 제안으로 시작돼 1만5343명이 함께한 1차 선언 글 전문이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학부모(학생) 지지호소문>
지난 7월 대한민국은 서이초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 후 매주 수만 명의 선생님이 교육의 공공성 회복과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한 달 넘게 절박한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부산 북구에 사는 두 청소년을 키우는 학부모입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일을 접하고 학부모로서 느꼈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학교 현실은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접게 만들고 있는지, 그로 인해 학교 교육의 미래는 암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저 또한 어떤 학부모 모습이었는지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교육부는 연일 뉴스에 여러 가지 조치를 발표했지만, 살펴보면 교권 추락의 원인을 학생 인권 탓으로 돌리거나, 교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경찰조사 발표를 보며 서이초 사건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될지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9월 4일은 고 서이초 선생님의 49재가 되는 날입니다. 선생님들은 자발적으로 연가, 병가 또는 재량휴업일 지정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사가 강하게 지도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는 현실을 바로잡고 학교 교육, 공교육이 제 갈 길을 가며 교사 한명 한명이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작 하루를 멈추는 일일 뿐인데, 교육부는 엄정 대처, 징계 등을 운운하는가 봅니다. 교육부는 9월 4일과 관련하여 교사들의 의지를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교사들의 손발을 묶는 일을 그만두고 이제라도 교육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한 교사의 죽음이 있고 난 뒤에야 많은 이들이 학교 현장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이 학교 교육을 바로 잡는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이 걱정스럽고, 대부분 나 하나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많아 안타까웠던 터에, 그중 유일하게 목소리 내고 저도 할 수 있는 일이'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는 일인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합니다.
저 역시 중학생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차원으로 학교에 교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사유를'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참가하기'로 명기하고 아이와는 인권에 관한 책을 보며 지내볼까 합니다. 각자 되는 만큼 마음을 보태봅시다. 지지 선언에만 참여해주셔도 좋겠습니다.
-학부모로서(학생으로서)선생님들의 정당한 행동을 지지합니다.
-고 서이초 선생님의49재, <공교육 멈춤의 날>학부모(학생)지지 선언에 동참해주십시오.
-교육부는9월4일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추모 활동을 보장해주십시오.
공교육 멈춤의 날이 공교육 회복의 날이 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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