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전염된다.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작은 파동으로 다정함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BTS 팬클럽 '아미'로 시작된 소셜캠페인팀 '다정한파동'이다. 사회의 소외받는 곳에 따뜻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다정한파동의 회원 얌몬, 뚲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를 찾습니다
다정한파동은 2021년 6월 얌몬씨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모집글을 올리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을 조금씩 따뜻하게 바꿔나갈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를 찾습니다."
얌몬씨가 던진 이 작은 조약돌은 전국의 23명의 아미에게 파동을 일으켰다.
- 다정한파동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다정한파동은 작은 행동들을 퍼뜨려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들이 모인 소셜캠페인팀입니다. 주로 BTS 멤버들의 생일에 맞춰서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활동들을 기획·실천하고 있습니다.
- 긍정적인 혁명가는 어떤 의미인가요?
BTS멤버 RM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째 혁명가가 되는 것. 둘째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난 둘 다 해낼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들을 모아보자 생각했습니다. 거창한 혁명이 아닌 일상에서 부담없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로 '혁명'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고 하고 있어요.
- 다정한파동,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팀명 '다정한파동(A-Wave)'는 파동이 주위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점점 퍼져 나가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길 희망하며 지은 이름이에요.
- 최근에는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가장 최근 활동은 지난 7월 호우로 인해 피해를 본 수해 이웃돕기 긴급 모금 캠페인이에요. 약 2주가량 진행하였고 92만 800원을 모아 희망브리지 측에 전달했습니다. 이번에 수해를 입으신 분들이 많은데 기사가 생각보다 적게 나서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피해 사실도 알리고 급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모금했어요.
2월에는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캠페인으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그림자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연계되어 많은 분이 서명에 참여해 주셨어요. 이후 6월에 출생신고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힘을 보태게 되어 뿌듯한 캠페인이었어요.
이런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이 다정한파동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마음은 있지만 혼자서는 하기 힘든 상황들이 있거든요. 누군가 먼저 말해주면 선행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죠.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방탄소년단 소우주 가사 일부)
코로나가 퍼져 나가기 시작한 2020년 2월 아미들에게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4월 예정이었던 BTS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 확산 위험으로 취소된 것이다. 오랜만의 국내 콘서트여서 속상했지만 아미들은 그 마음을 기부로 해소했다. 환불된 티켓값을 기부하자는 글이 올라오자 많은 아미가 참여했다. 한명 한명 소중하게 모인 기부금은 사흘 만에 4억 원을 넘겼다.
이 일을 계기로 얌몬씨는 이런 아미들과 함께라면 긍정적인 활동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미들에게는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 다정한파동 활동 이후 개인의 생활에도 변화된 점이 있나요?
얌몬: 저는 진로가 바뀌었어요. 그전까지는 일반 사기업에 다녔는데 2년 정도 다정한파동 활동을 하다 보니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어서 관련 회사를 알아보고, 현재 회사 면접에서도 다정한파동 경험을 어필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어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소셜벤처라고 하는데 이런 소셜벤처 기업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뚳: 생활 자체의 변화보다 마인드의 변화가 있어요. 원래 활발한 성격이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타입인데 그 에너지가 봉사활동으로 바뀐 것 같아요. 평소 선행을 하고 싶어도 개인적으로 하려고 하면 좀 주저하고 시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이렇게 팀이 구성되고 함께하니까 더 주도적으로 활동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식권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식권 구매 후 남은 포인트를 기부하는 아이디어를 사장님께 냈는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평소에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도 선행으로 연결 지어 생각하는 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뚳: 가장 처음 했던 소리모아 캠페인이요. 인공 달팽이관 수술로 소리를 처음 듣게 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일상의 소리를 녹음해서 전달하는 캠페인이었어요. 약 80명의 아미가 237개의 소리를 녹음해 '소리교재'를 만드는 사랑의달팽이에 기부했어요. 이 캠페인을 위해 카톡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모아서 교재 나오는 과정까지 다 직접 보아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얌몬: 전 코로나가 끝나고 직접 사람들과 만나서 했던 플로깅 캠페인이요. 인천 해수욕장에서 만나서 바다 쓰레기를 주웠어요. 전 인천에 있었지만, 전국 아미들이 참가해 광주는 무등산국립공원, 부산은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플로깅을 진행했어요. 오지 못한 분들은 각자 집 근처에서 참여하고 인증하기도 했고요. 처음으로 저희 멤버 외에 다른 아미들도 만나고 나니까 이 활동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활동을 하면서 보람된 순간은 언제일까요?
얌몬: 저희가 생각보다 검색하면 기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같이 협력했던 기관에서 보도자료를 많이 내주셔서 홍보가 됐어요. 혹시나 BTS 멤버들이 본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더 나아가 같이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온다면 성덕이 되겠네요.ㅎㅎ
뚳: 저희 활동을 보고 기관에서 먼저 연락을 주실 때 뿌듯해요. 활동 초기에는 저희가 기획하고 연락을 한 게 많았는데, 그때 인연을 맺어서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고 저희 활동 시기인 멤버들 생일에 맞춰 제안을 주기도 하세요.
-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얌몬: 아무래도 다들 직업이 따로 있고 그 외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라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회의 시간도 최대한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요. 하고 싶은 활동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한 프로젝트들도 많아요.
- "나에게 다정한파동은 ( )이다" ( )를 채우는 단어나 문장 있을까요?
뚳: BTS가 많은 선행과 기부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고 저도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정한파동 활동도 시작하게 된 거고요. 나에게 다정한파동은 '따라가고 싶은 내 가수의 길'입니다.
얌몬: 저희가 SNS에 캠페인 홍보를 할 때 '파동의 조약돌'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어요. 잔잔한 곳에 조약돌을 던지면 물결을 일으키잖아요. 저희의 역할은 조약돌을 던지는거죠. 나에게 다정한파동은 '조약돌'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꽃신
그동안 단기 프로젝트를 위주로 진행했던 다정한파동은 BTS의 군백기(군대 공백기) 동안 '꽃신 프로젝트'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꽃신 프로젝트'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들을 응원하는 캠페인이다.
미혼모, 입양아동, 자립 청소년, 자립 장애인, 자립 노숙인 등 '꽃신'이 필요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각 필요한 것을 유동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꽃신'은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맨발을 보호하는 신발처럼 어렵고 험한 길에 보호막이 되어주고 싶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동안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온 다정한파동의 기획력과 여러 협업 기관의 시스템을 결합하여 수혜 대상의 자립을 기부 물품, 후원, 멘토링 등으로 응원할 예정이다.
다정한파동이 던진 조약돌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파동은 사소하지만 퍼져 나갈수록 나와 주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선행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좋은 세상이 된다. 그들이 선물할 꽃신이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데려다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