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5일 오후, 평소보다 긴 김진표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이 있었다.
"근래 국무위원의 국회 답변 과정에서 과도한 언사가 오가는 예가 발생하는 등 적절하지 않은 답변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모든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질의하는 거다. 언제나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자세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답변해달라. 의원들도 질의할 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동료 의원이 질의할 때 경청하는 자세를 갖춰달라. 설사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평가는 국민이 하는 만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각별히 당부드린다."
김진표 "예의" 강조했지만... 10여분만에 유명무실
하지만 '각별한 당부'란 표현은 10여분 만에 유명무실해졌다. 첫 질문자로 나선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고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언급하며 "장관이 결재한 결재안(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로 포함시킨 해병대 수사단 결과)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 대통령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것이고, 직권남용이 분명하다"며 "총리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은 다 그렇게 안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 : "증거는 넘치고 넘친다. 그래서 직권남용이 분명하고, 대통령이 법 위반한 사실이 분명한 사실이다. 법 위반하면 결과는 어떻게 되나?"
한덕수 총리 : "의원님 말씀하신 대로, 많은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다."
설훈 의원 : "탄핵 갈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곧이어 고성이 터져나왔다.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발언 취소하세요!"
설 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질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속 "탄핵 발언 취소하라"며 항의했다.
설 의원은 "발언은 본 의원이 하고 있다"며 "조용히 하세요"라고 응수했다. 이어 "선진국이던 대한민국이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됐다"며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했으며 동해는 일본에 넘기고 바다에는 핵 오염수를 퍼부어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했다.
설훈 의원 : "대통령은 국민들의 절규에는 눈과 귀를 닫고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며 극우뉴라이트 이념만 설파하고 다닌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 남은 3년 반을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고 있다. 경고한다.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속 고성을 질렀다. 한 의원은 "자신 있어? 자신 있으면 탄핵 소추하세요 그러면!"이라고 항의했다. 국회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연이은 당부에도... 권성동 반격에 민주당 '웅성'
김진표 의장은 "제가 모두에도 말씀드렸다만, 국회 본회의장이라는 곳은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 아닌가"라며 "그러면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그걸 국민들이 듣고 판단하게 하셔야 하는데, 지금 여야 의원 태도는 국민들이 발언하는 사람의 말을 못 듣게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발 경청해주길 바란다"며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진 않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두 번째 발언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대선 직전 <뉴스타파>가 보도한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인물 김만배씨의 인터뷰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행한 선거공작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회창 전 대선후보의 병역비리 의혹 등을 언급하며 "15대, 16대 대선에서 선전선동을 일삼았던 가짜뉴스 전문 국회의원이 지금 민주당 의석에 앉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민주당 쪽에서 웅성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