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참석한 9월 4일 오후 교사집회(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사회자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오셨습니다"라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소리가 여느 의원 소개 때보다 3배 이상 더 크게 들렸다.
강민정은 왜 더 큰 박수를 받았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많은 교사들은 "그건 강민정 의원 '등짝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의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린 8차에 걸친 교사집회에 모두 다섯 번 참석했다. 이렇게 많이 집회 현장을 찾은 것은 전체 300명의 의원 가운데 강 의원이 유일했다.
하지만 교사집회에 온 강 의원은 한 번 빼고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비가 올 때도, 불볕더위가 몰려 왔을 때도 조용히 무대 바로 앞에 앉아서 말없이 교사집회에 참여했다. 중간에 먼저 가는 법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무대를 바라보던 수만 명의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강 의원의 등짝도 보게 된 것이다. 여린 강 의원의 등짝은 작았지만, 강 의원에 대한 교사들의 믿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터워지고 커졌다.
강민정 의원(62)은 지난 6일 오전 교육언론[창]과 만나 "서이초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 문제를 넘어 입법적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국회 교육위 국회의원으로서 교사집회에 함께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밑바탕엔 솔직히 동료교사 의식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서울지역 중등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하던 강 의원이 명예퇴직을 한 때는 2017년이다. 교단을 떠난 뒤 강 의원은 교육단체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를 거쳐 2020년 4월에 국회의원이 됐다. 강 의원과 인터뷰는 6일 오전 11시부터 국회의원회관 강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선생님들이 구호를 외칠 때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 마이크도 잡지 못 했는데, 왜 다섯 번이나 교사집회에 나갔나?
"서이초 문제가 학부모 문제와 교사의 문제를 넘어서서 입법적으로 발생한 문제도 분명히 있다. 더 큰 책임은 교육 관련 입법을 제대로 못해온 국회와 정책당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 교육위 의원으로서 교사집회에 함께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밑바탕에는 동료교사 의식도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 교사집회 현장에서 무엇을 느꼈나?
"교사들이 매번 국회에 '교권보호 법안을 당장 통과시켜라'고 구호를 외치실 때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국회 당사자로서 교사들의 함성이 들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빨리 해결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계속 했다."
- 교사집회 참석 교사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던데...
"교사들은 생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육전문가로서 자긍심을 부정당하는 현실에 대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존감 아니겠나.
교육활동 전문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부정당하는 현실 때문에 교사들이 울분을 참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나는 당신입니다'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서이초 교사가 생을 마감하면서 교사로서 함께 느낄 수 있는 정말 가슴 아픈 얘기들이 전국 많은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지 않았나."
- 지난 2일엔 30만 명이 모였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1차 교사집회 인원이 5000명이었는데 7차 집회에서는 30만 명이 됐다. 집회에 나오지 못한 교사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50만 전체 교사들이 절박하게 한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교사집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지난 2일, 30만 명이 모인 것은 교사들을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교육부와 윤석열 정부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교사들의 추모행위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불법 딱지를 붙였다."
- 현 정부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 추모집회에 대해 '징계, 파면' 으름장까지 놨는데.
"천박하고 무책임한 태도다. 자기들이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인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교사들을 오히려 겁박하다니 기가 막혔다."
- 그나마 교육부장관이 징계 포기를 선언했는데...
"자기들이 겁박하면 교사들 극소수만 남을 줄 알았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들이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본다. 30만 교사가 한 곳에 모인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고, 사회운동으로 봐서도 박근혜 탄핵 촛불항쟁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런 어마어마한 선생님들의 힘에 교육부가 겁을 먹고 백기를 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 교육부장관이 특정 한두 단체(교총, 교사노조연맹)만 초대해서 간담회를 자꾸 벌이고 있다.
"편협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교사들을 분열시켜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태도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최근 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주호 장관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교사와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교사들을 징계한답시고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가 징계를 강행했다면, 나는 장관 탄핵안을 냈을 것이다."
"교사는 정치세계에서 완전 배제... 바로잡아야"
- 그런데 교사들은 여전히 국회와 교육부에 건의하고 요구하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교사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육현장과 괴리된 법과 정책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이렇게 된 원인은 교육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이 정치세계에서 완전 배제됐기 때문이다. 교사정치기본권을 박탈한 게 큰 원인이라고 본다.
이제 선생님들이 '뭘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정치세계에 들어가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교사 정치기본권 법안은 6개나 발의돼 있다. 교사들이 정치기본권 보장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래야 진정한 교권수호도 이뤄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