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1보] 검찰, '김만배 허위 인터뷰' 전 언론노조위원장 압수수색
9월 첫날 뜬 '검찰발 속보'. '김만배 허위 인터뷰가 뭐지?' 기사를 검색해보니 '김만배 허위 인터뷰'는 2년 전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대화록'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신학림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이 허위인터뷰를 해주는 대가로 대장동 사업가 김만배씨로부터 1억6500만 원을 받아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발 기사'의 요지였다.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씨가 2021년 9월 신학림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검찰이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을 수사할 당시 김만배씨가 대장동사업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과 친한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윤석열 수사팀이 조우형씨를 봐줘서 조씨가 형사처벌을 피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봐주기 수사 의혹은 윤석열 수사팀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했더라면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 논리로 이어졌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은 "왜 9월에 나눈 대화를 대선 3일 전에서야 공개하느냐? 좀 더 일찍 공개했으면 대선결과가 달라졌을 것 아니냐?"라고 <뉴스타파>의 뒤늦은 보도에 아쉬움과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관련보도가 나온 지 1년 반이 지나서 검찰은 '허위 인터뷰'라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심지어 서울중앙지검은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를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으로 규정하고 특수부 검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했다(7일).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 때도 꾸리지 않던 특별수사팀이다.
검찰정권에서는 검찰과 정권은 한몸이다. 검찰이 움직이자 여당과 대통령실, 방송통신위원회, 서울시 등이 나서서 기자 7명 고발, "대선공작" 규정, '인터넷 언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입법, 발행 정지-등록 취소 검토 등 일제히 '비판언론 죽이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과거의 정치검찰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검찰정치'로 진화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는 왜 1년 반이 지난 지금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했을까?
지지부진한 이재명 수사 속에서 나온 '뉴스타파 죽이기'
먼저 지지부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검찰수사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대표에 당선된 지 나흘 만에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 백현동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로 발언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에게 첫 소환조사를 통보한 날이 최근 검찰이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선 날과 같은 '9월 1일'이다.
이후에도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 '위례신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 '백현동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수사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한 차례,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두 차례, 백현동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한 차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한 차례 등 총 다섯 차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 위례신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대선에서 진 제1야당의 대표가 이렇게 '오랫동안 전방위적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렇게 수사했으면 가르마를 타도 몇 개는 탔어야 한다. '가르마를 타다'는 '사건을 명확하고 정확하게 처리한다'는 뜻의 은어다. 하지만 검찰수사는 지지부진했다. 대표로 취임한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2022년 9월 8일)한 데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개발사업 특혜 의혹, 위례신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묶어서 불구속기소(3월 22일)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이 대표의 핵심 혐의였던 '천하동인 1호 지분 관련 249억 약정 의혹'은 공소장에도 올리지 못했다.
제1야당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검찰로서는 눈을 돌릴(사실은 '면피할') '새로운 표적'이 필요했고, 그것이 <뉴스타파>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당과 대통령실, 검찰 등이 한 목소리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를 '대선개입'이자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는데 검찰이야말로 '총선개입' 성격이 짙은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성명'을 통해 "대선공작"이라고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5일) 이틀 뒤 검찰이 신속하게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지 않았나?
또 한 가지는 '보복성 수사' 가능성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때 김건희 여사의 아킬레스건인 '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사건'을 파헤쳤고(심인보 기자 등), 대선이 끝난 후에는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전문을 입수해 주요 언론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대장동 의혹을 집요하게 보도했다(봉지욱 기자 등).
대선 시기에는 <윤석열과 검찰개혁>(한상진·조성식·심인보·최윤원)이라는 최초의 윤석열 후보 검증서도 출간했다(2021년 7월). 저자들은 서문에서 "이 책은 검찰권력 비판서이자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 윤석열에 대한 검증서"라며 "검찰조직의 기득권을 지키고 '검찰 패밀리'를 보호하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와 검찰권력, 검찰개혁의 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의 운명이다"라고 썼다.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은 언론이 기본적인 역할이자 임무다.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도 그러한 검증보도의 연장선상에 나왔다. 그런데 그 성실하고도 집요한 검증의 대가는 "발행 정지·등록 취소"(서울시)는 물론이고, "사형에 처할 반역죄"(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현재의 광풍(狂風)이다. 이러니 '비판언론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15~20년 만"에 만났는데 '허위 인터뷰' 가능할까?
언론들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를 '김만배 허위 인터뷰'라고 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하게 '검찰의 프레임'이다. 검찰이 짠 프레임을 언론이 아무런 고민없이 갖다쓰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2021년 9월 15일 판교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언론계 선후배의 대화를 선배인 신학림 전 위원이 몰래 녹음한 것뿐이다. 지난 7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김만배씨도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는지도 몰랐다"라며 "그거(녹취)는 신 선배가 저한테 사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국일보> 계열사인 영자지 <코리아타임즈>(신학림)와 <일간스포츠>(김만배)에 근무하면서 친한 선후배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김만배씨가 신 전 위원에게 "내가 형 찾으려고 한국일보 사람들한테 다 물어봤다"라고 말한 대목도 두 사람의 관계를 충분히 짐작케한다.
검찰이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를 '김만배 허위 인터뷰'으로 프레이밍(framing)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위원이 대선결과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의도성') 사전에 기획해서('기획성') 허위 인터뷰를 했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선개입을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허위 인터뷰'라는 자극적 프레임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만배-신학림 대화록이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7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72분 음성파일이 잘 뒷받침해준다. 72분 동안 진행된 대화의 상당부분은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을 잘 모르는 선배'에게 그동안의 대장동사업 경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사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불법대출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이 언급됐을 뿐이다.
특히 "15년~20년만"(김만배씨)에 만난 두 사람이 갑자기 '의도성'과 '기획성'을 가지고 허위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지난 6일 논평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검찰이 김만배와 신학림 전 위원의 만남을 '인터뷰'로 지칭한 것부터 의도성이 짙다. 당시 신학림 전 위원은 뉴스타파에 적을 두고 있었으나, 취재하거나 기사를 작성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애초 인터뷰 자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뉴스타파 또한 보도 당시 둘의 만남이 사적인 만남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왜 '사적 대화'를 '인터뷰'라고 규정했을까. '대선을 앞두고 둘이 공모해 허위의 내용을 보도했다'는 기획성과 의도성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일 거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매체들이 쉽게 '허위 인터뷰'라고 하는 건 그래서 문제다."
또한 김만배-신학림 대화록에 나오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 대출 브로커 봐주기 수사 의혹'은 '허위'로 확인되거나 확정된 적이 없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2009년 대장동 사업자들에게 1155억 원을 대출해줬는데, 이것은 신용한도를 한참 초과한 불법대출이었다.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2과장이 주임검사로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을 수사했는데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부회장은 모두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대장동사업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는 계좌 추적과 두 차례 소환조사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15년 수원지검이 재수사를 벌여 불법대출 알선수재로 조우형씨를 기소했고,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그렇다면 왜 윤석열 수사팀은 4년 뒤엔 사법처리된 조우형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김만배-조우형-박영수-윤석열'로 이어지는 '법조이권카르텔'이 작동했을 수 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이 들끓자 검찰은 결국 2021년 11월 중순부터 조우형씨를 소환하는 등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 상황에서 '봐주기 수사 의혹'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김만배-신학림 대화록 보도를 '허위 인터뷰'라며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허위'로 확정되지도 않았고, '인터뷰'도 아니라는 점에서 언론은 '김만배 허위 인터뷰'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맞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은 언론의 검증이 더 필요하고, 내년 초 출범할 대장동특검에서도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여권으로서는 대장동특검에서 수사할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을 세탁할 필요성이 있었을 수 있다. 그 의혹을 세탁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허위 인터뷰' 프레임을 통한 '뉴스타파 죽이기'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