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이 9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국토교통부가 SRT를 확대해 철도를 쪼개려는 것은 민영화의 수순이라며 '민영화 중단'을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는 전국 구석구석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궁화호가 사라져 지역민의 이동이 막히고, 철도 경쟁 체제로 오히려 혈세가 낭비되거나 나의 안전을 위협받는다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거꾸로 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두 편의 기고로 철도 공공성에 대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기자말] |
10년 주기설이 돌고 있다. 10년 단위로 '철도 민영화 망령'이 되살아난다는 속설이다.
2003년, 국가기관이었던 철도는 '시설'과 '운영'으로 쪼개졌다. 세계 신자유주의 흐름에 편승한 민영화 추진이었다. 철도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섰다. 그 결과 민영화는 철회되었지만, 앞서 언급했듯 시설과 운영으로 분리되었다. 다만 시설 유지·보수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고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명시해 완전 분리만은 막아냈다.
그로부터 꼭 10년 후 2013년, 고속철도 민영화가 다가왔다. 앞서 이명박 정권은 철도를 6개 자회사로 쪼개려 했지만, 철도노조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를 '경쟁'이라 포장해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를 시도했다. '철도파업 힘내라', '불편해도 괜찮아'란 시민의 연대와 23일간의 장기 파업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는 양분됐다. 하지만 당시 투쟁으로 수서발 고속철도의 완전 민영화 추진은 좌절됐다.
2023년, 윤석열 정권은 '철도 쪼개기 카드'를 끄집어냈다. 그들이 택한 건 업무 하나하나를 분리해 민간에 넘기는 '좀도둑' 민영화였다.
우선 그들은 SR 업무를 은근슬쩍 민영화하는 꼼수를 택했다. 지난 4월 국토부 지원으로 SR이 발주한 차량 14편성(112량)의 정비가 민간에 넘어갔다. 그 액수만 무력 1조 원. 6월 말 철도공사에 위탁한 SR 고객센터 업무도 분리해 민영화했다. 9월 1일 윤석열 정권이 강행한 고속철도 쪼개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권은 부산~수서 고속열차를 11% 이상 감축해 다른 노선에 투입했다. 국토부가 사회적 눈치를 살피며 미루고 있는 20억짜리 연구용역도 있다. 조만간 그 실체가 드러날 연구용역 결과에는 시설 유지·보수 업무와 관제권을 분리하는 핵폭탄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를 쪼개면 쪼갤수록 사회적 비용은 증가한다.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고속철도를 쪼갠 결과 매년 4백억 원이 넘는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 SR 투자자 이자 비용과 정부가 제공한 특혜까지 고려한다면 그 액수만 무려 1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체제 도입으로 민간 자본이 진출하고, 철도공사로부터 시설 유지·보수와 관제권마저 분리해 일원화된 안전 관리구조가 붕괴한다면, 20년 전의 영국철도처럼 될 것"이라며 "영국의 패착을 수입해서 반복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반면 쪼갠 철도를 통합하면 고속철도 운임 10% 인하를 비롯해 새마을·무궁화호 환승 할인 30%, 고속철도 운용 효율 증대까지 사회적 이익은 급증한다.
세계철도는 통합으로 향하고 있다. 국제철도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철도통합구조가 60개국으로 분리 구조인 30개국보다 2배 이상 많다. 일본, 독일,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가 모두 통합형이다. 프랑스도 재통합했고, 사고철로 유명했던 영국 역시 통합으로 선회했다.
이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답할 차례다. 철도를 쪼개려는 이유가 뭔지, 누구를 위한 철도 쪼개기인지, 부산~수서 고속열차를 11%나 감축하면서도 수서행 KTX를 거부한 근거가 뭔지,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던 원희룡 장관이 답해야 한다.
철도노조는 마지막까지 원희룡 장관을 기다릴 것이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철도를 쪼개 민간에 넘기는 행위만은 두고 볼 수 없다. 현시기 수서행 KTX만이 시민의 편리한 열차 이용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수서 열차 축소를 대가로 다른 노선에 고작 하루 2회 열차를 투입한 것은 '민원 해결'이 아닌 국토부발 부산행 '열차 대란'이자 또 다른 '지역 차별'이다. 국토부가 철도 미래를 논하는 공론장으로 복귀하길 기대한다. 시민의 편리한 열차 이용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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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