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약간 경사진 터에 자리 잡고 있는 임호마을. 마을 전체가 오르막이다 보니 마을을 둘러보기가 만만치 않다.
오늘의 주인공 김몽수(88) 회장을 만나기 위해 힘겨운 길을 오르고 집 마당에 도착하니 150CC 오토바이가 한 대 서있다. 당연히 연세를 생각해 김 회장의 애마는 아니겠거니 했는데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오토바이라고 자랑하신다. 오토바이에 앉아있는 김 회장의 모습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정정하다.
김 회장은 90을 바라보는 연세임에도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더 활기가 넘친다. 어릴 적부터 지어온 농사를 큰아들과 함께 이어가고 있고 제초, 소여물 주기 등의 잡일은 물론 휴천노인회 분회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펼치고 있다. 취재진에 술 한 잔 권할 만큼 건강하다. 건강을 이어온 비결이 궁금하다.
"나는 살면서 보약 한번 지어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이야. 비결? 그런 건 없고 그저 밥만 잘 챙겨 먹은 것뿐이야."
타고난 건강을 한 평생 잘 누려왔던 김 회장의 과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젊었을 때 싸움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는 재밌는 무용담부터 낫으로 풀베기 등 각종 관내 대회에서 1등한 추억들 그리고 도박 기술을 배우기 위해 타짜를 만나러 간 일화까지 다양하다. 또 훌륭한 일꾼으로서 많은 사람이 찾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젊었을 때 힘에 있어서는 제법 잘 나갔는데 싸움이 붙으면 웬만해선 지지 않았지. 예전 병원에서 진료받은 적이 있는데 의사가 이런 통뼈는 처음 봤다며 놀라기도 했었어. 그 힘으로 일이든 대회든 무엇이든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어."
박상순(84) 여사는 "우리 남편은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부터 정신없이 살아왔어요. 어떤 대회를 나가면 무조건 1등을 해야 할 정도로 승부욕도 있었고 힘도 좋아서 일은 최고로 잘했어요. 나이 먹은 지금도 집 밖으로 잘 나가요"라며 웃어 보였다.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평생을 휴천에서 살아온 그는 휴천의 역사 그 자체다. 한국전쟁 시기엔 향토방위군으로서 마을 산고지를 지키면서 비극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때가 15살 때였는데 전쟁 때문에 무조건 나오라 하면 나와야 하는 시기였고 마을 인근에 있는 산고지를 지켰지. 그때는 참 연행되고 몰살당하고 그런 아픈 일들이 많아서 아직도 섬뜩해."
어릴 적 비극적 역사의 시기를 거쳐 평생을 농사를 지어오며 살아가고 있는 김 회장. 함양군에서 유기농 쌀을 최초로 재배한 경력도 갖고 있다. 함양군 유기농 농업의 선두 주자인 셈인데 잡초 제거도 자신이 직접 하는 등 힘겹게 유기농 쌀을 생산해 왔다.
"함양군 최초로 유기농 쌀을 재배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우렁이 농법으로 힘들게 생산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지. 정말 약 한 번을 안쳤을 정도로 고집을 부려왔어."
김 회장의 이처럼 풍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지금의 정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힘닿는 데까지 살아보겠다는 김 회장이다.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 예전만큼 힘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힘닿는 데까지 살아보는 거지. 그나저나 술 한 잔 먹고 하자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