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1일 낮 12시 33분]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전 이사장의 해임처분 효력을 정지시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1일 오전 권 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소송에서 "1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권 전 이사장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인용 결정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21일 권 이사장이 MBC 임원 성과급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등 경영성과를 적절하게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안을 의결했다. 권 전 이사장은 이같은 결정에 불복해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방통위가 권 전 이사장을 해임한 표면적인 이유는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지원서 허위 사실 기재한 후보자가 최종후보자 3인에 선정되도록 방치 등이다.
하지만 권 전 이사장은 ▲MBC 경영손실은 이사장 부임 이전에 일어난 일 ▲이사장 재임기간 MBC 영업이익 2021년 684억 원, 2022년 566억 원 ▲MBC 사장 선임은 시민평가단 평가와 이사회 논의 결정 ▲사장 선임의 책임이 있는 방문진의 이사 파견 ▲방문진 보유 자료 감사원 제출 등의 반박 자료를 제시하며 소송전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소송 법정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난 권 전 이사장은 "저에 대한 해임이 정권에 의한 MBC 장악과 공영방송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며 "사법부가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방송 자유와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지켜주길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11일 나온 법원의 결정은 결과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권 전 이사장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줬다.
재판부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이 사건 해임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했다"며 "권 전 이사장이 방문진의 이사장으로서 방문진을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하여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방문진 이사회의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선뜻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방문진 이사회가 그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도 소명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권 전 이사장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이사진의) 임기를 보장하되 이사로서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추구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주장하는 공익상 필요가 권 전 이사장이 입는 손해를 희생하더라도 옹호하여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권 전 이사장은 해임으로 인해 더 이상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며 "방문진 이사 및 이사장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춰 권 전 이사장의 비재산적 권리가 침해당하는 손해를 경미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임기제 공무원 등에 대한 해임이나 정직 등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처분에 대해 본안 승소판결이 무의미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집행정지 제도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라고 했다.
권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처분 효력정지로 방문진은 원래 총원이 9인이지만 일시적으로 10인이 됐다.
한편 방통위는 법원이 권 전 이사장의 해임 효력을 정지하라고 결정한 데 대해 즉시 항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