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보 담수하려면, 우리도 수장시켜라!"
"죽음의 백제문화제, 담수를 중단하라!"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 등 환경시민단체들이 11일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모래톱에서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에 들어가면서 외친 구호다.
이날 시민행동을 비롯한 대전충남녹색연합,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은 공주보 상류 좌안 모래톱 700여m 지점에 설치한 농성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곳은 공주시가 오는 23일부터 예정된 백제문화제를 위해 보 수문을 닫으면 수몰되는 곳이다. 공주시는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수문을 닫아 공산성 앞 금강에 유등과 부교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들은 '보 운영 민관협의체' 합의를 묵살한 환경부와 공주시를 성토하며 "공주보 담수 철회하고 공주보 개방 상태에서 백제문화제 개최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공주시는 2023년 백제문화제 시설물 설치를 이유로 공주보 담수를 환경부에 요청했고, 환경부는 9월 11일부터 공주보를 담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주시는 2022년 5월에도 공주보 민관협의체에서 '담수 없는 문화제 개최'를 약속한 바 있다. 또 그해 9월 민관협의체서 2023년에는 담수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다시 담수를 요청했고, 환경부가 용인하면서 담수를 강행했다.
사실 환경부와 공주보의 이같은 약속 미이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주시는 2019년부터 담수 없이 백제문화제를 개최하기로 공주보 민관협의체에서 약속한 바 있고 이번이 5번째이다.
따라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공주시와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시민을 상대로 5번째 거짓말을 했습니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동화가 있는데 그래도 3번째는 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주시는 5번째입니다. 이 정도면 거짓말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행정 사기꾼들입니다."
이 처장은 이어 "이곳 곰나루가 국가 명승지가 된 까닭은 금빛 모래톱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강을 최단 거리로 건널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금은 모래사장을 살리는 것이 백제문화제의 취지인 백제 역사를 기리는 일인데도, 강을 죽이는 죽음의 문화제를 하고 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이곳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도 "작년 백제문화제 때 공주보를 담수한 뒤 자연유산이고 명승이자 문화경관인 고마나루의 은빛 모래와 반짝이는 조약돌은 악취가 나는 뻘밭으로 변했고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라면서 "2023년 대백제전을 주관하는 백제문화재단은 올해 '친화경 축제'로 만들기 위해 친환경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밝혔는데 수문을 닫아 금강을 병들게 하고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친환경 축제라니, 이게 무슨 망발인가"라고 성토했다.
김봉균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을 공주 사곡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이라고 소개한 뒤 홍수 피해 저감을 위해 공주보를 존치한다는 결정을 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 다음과 비판했다.
"예전에 대한토목학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은 4대강 보로 인해 홍수 수위가 1미터 이상 높아졌고, 금강은 0.16미터 높아졌다고 했다. 이곳에 지역구가 있는 정진석 국회의원은 지난 홍수 때 4대강사업으로 물그릇을 키워 홍수를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지금껏 한 번도 홍수 피해가 없었던 옥룡동 상가가 잠겨서 한 분이 사망했다. 또 과거 1번 국도도 물에 잠겨 도로를 폐쇄했었다. 80~90살이 되신 어르신들이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공주보의 고정보 때문에 강바닥에 모래가 쌓여서 수위가 많이 올라갔다"라면서 "이 상태로라면 지난 홍수 때보다 더 작은 물이 내려와도 위험 수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공주보를 철거해서 홍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환경단체들의 기자회견문은 정의당 대전시당 정은희 사무처장이 대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주보를 담수해야 백제문화제 때 배다리와 황포돛배를 띄울 수 있다는 공주시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단정했다.
이들은 "백제문화제에 반드시 유등과 부교를 띄워야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개방한 상태로도 충분히 유등 설치는 가능하다"면서 "실제 공주보 담수 전인 2022년 9월 20일 백제문화제 현장에는 이미 돛배가 설치되어 있었다, 개방 수위에도 시설물 설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환경부는 2021년 백제문화제 사후 모니터링에서 '급격한 수위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악영향은 뚜렷이 나타나며 수위 저하 이후에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수위 상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흰수마자, 흰목물떼새 등의 멸종위기종 서식과 모래톱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면서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환경부는 22년 사후모니터링 결과를 10개월이 지나도록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들은 "2022년 공주보 담수로 인해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는 악취 나는 펄밭으로 뒤덮였다"라면서 "공주보 담수 상태로 개최되는 백제문화제를 '죽음의 문화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공주보가 담수 되면 수몰될 모래톱 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와중에도 공주보의 수문이 닫히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3시간 정도 경과된 뒤에 현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던 임도훈 간사에게서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물이 차오르고 있어요. 수몰 현장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가라는 말도 하지 않고 수문을 닫고 있네요."
기자회견을 마치고 찾아간 공산성 앞 백제문화제 행사 예정 지점의 금강에는 공주보의 수문을 닫지 않았는데도 환경단체들의 주장처럼 120여 척의 황포돛배가 이미 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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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새뜸] “죽음의 백제문화제”... 환경단체, 공주 고마나루 모래톱에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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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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