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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인근 B초등학교(대전시 유성구)에서 한 동료 교사가 추모 공간의 추모글을 정돈하고 있다.
10일 고인이 올해 3월 부임해 몸담았던 인근 B초등학교(대전시 유성구)에서 한 동료 교사가 추모 공간의 추모글을 정돈하고 있다. ⓒ 심규상
   일부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이 학부모의 교권침해를 방관하거나 방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최근 생을 마감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사건에서도 논란으로 번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의 한 초등학교 A교사의 경우, 지난해 전임지 초등학교에서 민원제기 학부모와 관리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게 동료교사들의 의견을 수합한 대전교사노조의 증언이다.

A교사는 2020년 아동학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는데도 2년이 지난 2022년에도 '아동학대' 고소 학부모 등에게 시달렸다. A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교과전담실(교무실)과 해당 학부모 자녀의 교실 복도가 맞닿아 있어 '자신의 자녀가 생활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제기 이유였다.

이에 대해 대전교사노조는 "해당 학부모가 'A교사를 다른 층 교과전담실에 배치하라'고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교사에게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근무 장소까지 바꾸라'는 매우 부당한 요구였다.

그런데도 이 학교 관리자는 해당 학부모를 만류하는 대신 이 민원 내용을 들고 A교사를 불러 교과전담실 이전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교사노조는 "관리자가 A교사와 상의했고, A교사가 거부 의사를 밝혀 실제 이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 학교 관리자의 행위는 교권침해 방관을 넘어 방조 의혹까지 받을 수도 있는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해당 학교 교감과 교장의 행위는 A교사가 생전이었던 지난 7월 21일 대전교사노조에 제출한 글에서도 드러난다.

A교사는 2019년 자신이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상황을 설명한 글에서 같은 해 11월 27일 상황을 다음처럼 기록했다.

"학생의 부모가 교무실로 무조건 찾아옴. 1, 2교시 수업 중 교감선생님이 교무실로 내려오게 하였으며 학부모는 사과를 요구하였음. 같은 자리에 교장, 교감이 있었으나 도움을 주지 않았음."

사건의 발단은 A교사가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 학생을 교장실로 보낸 것이었다. 해당 학부모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다음날인 11월 27일 수업 중에 교무실로 찾아왔다. 

더 큰 문제는 이 당시 교감의 행동이다. 교감은 A교사가 수업 중인데도 교사를 교무실로 내려오게 지시해 업무장소를 이탈하게 했다. 또한 수업 중인데도 학부모로부터 '사과할 것'을 강요받도록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에도 일어났다. A교사는 이때의 상황에 대해 "같은 자리에 교장, 교감이 있었으나 도움을 주지 않았음"이라고 적었다. 이 상황은 교권침해가 벌어지는 현장에서도 교장, 교감이 이를 방관했음을 보여주는 증언 자료가 될 수 있다.

학부모의 부당한 사과 강요, 왜 방관했을까?

A교사는 같은 해 12월 23일 해당 학부모 등에 대한 교권보호위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학교 관리자들은 이런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언론[창]은 당시 해당 초교 교장 C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그가 지난 2022년 3월 1일자로 부임한 초교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오늘(11일)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언제 나올지 모른다"였다.

현재, 교장 C씨가 재직하는 학교 정문 앞에는 "교사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관리자", "악질 학부모 무책임한 관리자 엄중 처벌", "책임지지 않는 자는 교장 자격 없다", "교사에게 갑질하고 교권침해 앞장 서는 관리자는 물러나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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