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으로서 정당한 행동이었다."
지난 12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108호 법정에서 농민들이 '최후진술'로 한 말이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12일, 충남 당진시 삽교호 소들섬 인근의 한 논에서 한국전력은 철탑공사 등을 이유로 재배 중인 벼를 갈아엎었다. 한국전력공사의 철탑 공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벌인 뒤 해산하던 농민들은 이를 목격하고 중장비를 온몸으로 막았다.
지난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농민들에게 '업무방해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농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지난 2022년 3월 14일 첫 공판이 시작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농민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1심 재판에 나온 유이계(우강면 농민)씨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한 달 있으면 추수가 되는 벼가 (중장비로) 뭉개졌다"라며 "당시 해당 지역은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이 추진 중이었고, 이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그 과정에서 한전은 긴급하다는 이유로 철탑공사를 강행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가 아무리 긴급하더라도 한 달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민으로서) 내 생명과도 같은 벼가 짓밟히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면서 "농민으로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의 선처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농민 A씨도 최후 진술에서 "그동안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다. 누구와 공모한 사실도 없다"라며 "한전에서 철탑을 세우겠다고 (벼를)중장비로 깔아뭉개는 과정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논에 모를 심지 못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곧 수확할 벼를 뭉개길래 논에 들어갔다. 그 순간에는 (농민으로서) 막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업무방해라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판사님이 그 과정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0월 17일 오전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편 한전 측은 올해 초 "철탑공사와 소들섬 야생생물 보호구역은 무관하다"며 소들섬에 철탑을 세웠다. (관련 기사:
송전탑 건설 막은 우강면 농민들 검찰 송치됐다 https://omn.kr/1vji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