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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지금 우리 사회의 아프고 뜨거운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이고 해법을 고민하는 특집 인터뷰 시리즈 <희망마이크-할 말 있소>를 시작합니다. 첫 희망마이크는 교육 현장을 찾아갑니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뒤 군산, 용인, 대전에서도 교사들의 부고가 이어졌습니다. 무너져가는 교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현장 선생님들과 학부모, 전문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눕니다.[기자말]
지난 2일 경기도 내 중요한 교육혁신 사례로 꼽히는 한 혁신학교의 학부모와 학생 60여 명은 선생님들과 함께 교사집회 현장에 갔습니다. "선생님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걸었습니다.

40대 직장인인 이원진씨의 초등학교 5학년 딸은 이 학교에 다닙니다. 이 학교는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공동체가 살아 있답니다. 원진씨는 딸 입학 때부터 학교에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보자'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12일 원진씨를 전화로 인터뷰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학교와 소통·참여하며 '우리 아이' 키우는 부모들
 
 학부모 이원진 씨
학부모 이원진 씨 ⓒ 이원진
 
-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집회에 간 이유가 뭘까요?

"저희 학교에선 학부모회의가 한 달에 한 번 열려요. (최근 회의 때) 학부모 대의원들과 선생님들이 집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가능한 사람들은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눴어요.

대다수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지지해요. 선생님들 상황이 안타깝고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서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어요. 아이들도 현장에 가면 사회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엔 휴교하진 않았지만, 블록제 수업에서 1블록은 선생님이, 2블록은 학부모가 맡아 집회에 가고 싶은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은 그 시간에 갈 수 있도록 했어요. 저랑 딸은 오래전에 잡아 놓은 일정이 있어 못 갔지만 아내는 '힘이 되어 드리겠다'며 갔어요.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고맙다고 했다더라고요."

- 학교 학부모회가 활성화돼 있나 봐요.

"저희 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100명밖에 안돼요. 학년별로 한 학급밖에 없어요. 한 반에 11명에서 20명 정도예요. 작으니까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더 쉽죠. 신입생 때부터 학교에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학부모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회의해요. 여기 선생님들도 참여해 학교 '한달살이'랑 논의해야 할 문제들을 이야기하죠. 남자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집에서 잘 이야기를 안 하다 보니 선생님한테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처음 듣는 분들도 계세요.

학부모 반 모임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해요. 민원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반모임에서 민원을 학부모 대표에게 전달해요. 반모임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학생 개인에 대한 상담 이외에는 선생님한테 톡이나 전화를 하진 않아요.

학교 행사도 많아요. '계절학교'라고 부모들이 교사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일주일 이상 이어져요. 행사 뒤에는 소회를 나누는 '나눔의 시간'이 다 있고요. 밴드, 바느질, 대금, 축구, 족구 등 학부모 동아리 활동도 많다 보니 자주 만나게 돼요. 저는 족구를 해요. 졸업생들도 같이 해서 멤버가 꽤 많아요. 처음에는 이런 모임에 꼭 참여해야 할까 그랬어요. 해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부모회처럼 아이들도 '온다모임'이 있어요. 선생님끼리도 매주 한 번 늦게까지 교육과정에 대해 토론해요."

- 그 학교에는 문제행동 학생 지도 과정에서나 학폭 탓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이들 간에 큰 문제는 별로 없어요. 문제 학생이 있다면, 그 반 학부모 모임에서 선생님이랑 같이 이야기하고요. 부모끼리는 생각이 다를 때가 많죠. 그런데 부모들도 서로 쌓아온 신뢰가 있고 아이들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요.

또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고 여기로 이사 오신 분들도 많다 보니 서로 생각이 비슷하기도 해요. 저는 아이가 대학 가는 데 매진하는 것보다 자기 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왔어요.

저희 학교에서 학폭 사건을 본 적이 없어요. 누가 괴롭히는 거 같다 싶으면 선생님이 학부모 반대표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반대표가 해당 부모와 같이 이야기해요. 학부모들끼리 만나 풀기도 하고요. 사안에 따라 선생님이 학부모와 직접 통화하는 경우도 있고요."
 
 학부모 이원진 씨(좌)와 딸의 모습
학부모 이원진 씨(좌)와 딸의 모습 ⓒ 이워진
 
"사교육에 집중하고 공교육은 보육으로 여기는 게 문제"

- 선생님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을 정도로 교권이 추락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학부모들이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집중하다 보니 공교육은 보육기관에 가깝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학원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요. '우리'보다 '내 아이'만 행복하면 되고 피해당하지 않으면 된다고 여기는 듯해요."

- 정부가 8월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내놨습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와 분리하도록 법 개정 ▲수사기관의 아동학대 관련 조사·수사 개시 전 교육청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 ▲교장·교감과 교육공무직으로 민원대응팀 구성 ▲중대한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 등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봐요. 어느 정도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예외 조항으로 다룰 필요가 있어요. 그걸 악용하는 선생님은 소수일 거예요.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생활지도를 할 수 없는 교사들이 사명감을 잃어요. 그러면 학교가 교육이 아니라 보육 중심으로 돌아갈 거예요.

교권침해 행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 다른 비리, 특혜가 나올 거예요.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네가 나한테 그랬어, 그럼 나도 여기 써버릴 거야.' 이렇게 돼죠. 학부모, 학교, 교사가 합의점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민원대응팀 마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학교에 다시 책임을 묻는 방법인 거 같아요."

- 혁신학교 중엔 '3주체 생활협약'을 맺는 곳도 있다던데요.

"저희 학교에는 학생, 학부모가 지켜야할 '약속'이 있어요. 처음 만들었을 때 틀이 있고 매년 선생님과 학부모가 정리해서 가요.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게 사교육 문제예요.

저희 '약속'에 따르면 사교육은 안 하기로 했는데, 불안해하는 학부모들도 있어요. 이 학교 아이들은 휴대폰이 없어요. 인스턴트 음식 안 먹기, 하루 9시간 자기, 한 시간 이상 아이가 자기 시간 갖기, 미디어 노출 자제하기, 이런 약속들이 있죠. 학부모들이 안 지킨다고 제재를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도 이 약속을 다 알고 있어요.

(이런 학교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저희 학교는 교장 선생님을 공모제로 뽑았어요. 학부모 구성원들이 투표해서요. 그래서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애정이 많고 전교생 이름을 다 아세요. 매일 교문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맞아주시고요. 올해가 교장 선생님 임기 마지막인데 공모제가 유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 아이들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불행한 상황입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해요. 몇 등급이면 무슨 대학 간다느니 하며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게 없어져야 해요."

덧붙이는 글 | 인터뷰 및 정리: 김소민 희망제작소 시민이음본부 연구위원.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됩니다.


#희망마이크#할말있소#교육#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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