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가 지금 80입니다. 올해가 신한은행 창립 41주년이라는데, 제가 신한은행과 거래한 지 37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신한' 이름만 들어도 신물이 납니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젠투파트너스펀드'에 투자해 전 재산에 해당하는 거액을 잃고, 3년 넘게 대기해온 투자자들이 '100% 배상'을 촉구했다. 약 2년 전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펀드에 대해 100% 배상했었다. 젠투파트너스펀드 관련 환매중단 금액(피해액)은 모두 1조125억원이며, 이 가운데 신한금투와 삼성증권, 한국투자 피해액은 5830억원이다.
22일 젠투파트너스 피해자 모임은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와 전액 배상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성명서에서 "신한금투는 지난달 30일 사적 화해 결정 발표에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배상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표했다"며 "분조위는 무역펀드 등 조정에서 착오를 이유로 투자 계약을 취소하고, 금융사들이 투자금 전액을 반환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따르겠다더니..."고작 60%, 65% 준다는데, 말이 되는가"
이어 "신한금투는 젠투펀드에 대해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아무 문제 없는 상품', '원금의 95%, 연 2.3%가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하면서 투자자들을 기망했다"며 "한국투자의 결정을 본받아 조속히 100%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최근 신한금투로부터 '60~65%' 배상 비율을 적용한 사적 화해를 종용받았다고 증언했다. 분조위 배상 기준을 따르겠다던 신한금투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 한 피해자는 "고작 60%, 65%를 준다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반드시 원금 100%와 이자를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투 권유로 젠투파트너스펀드에 투자한 이후 망가진 일상을 고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피해자는 "남들이 여행 가고, 좋은 옷 입을 때도 소기의 목적 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참고 돈을 벌어야겠다 다짐하며 그대로 실천했다"며 "남들이 부동산 투자로 거액을 순식간에 벌 때도 개의치 않고 영업에만 전념하고 돈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단순 적금에만 가입했고, 위험을 선호하지 않으며, 금융 지식은 전무하다"며 "그런데 어느 날 신한은행 부지점장이 '금리 높은 상품이 나왔으니 가입하라'고 연락해와 (신한금투가 판매한) 펀드에 가입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가입 자금은 노후 대비로 마련한 땅과 집을 판 돈이었다"며 "이 일로 인해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고, 현재는 수술 날짜를 받아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젠투펀드 일로 건강 악화, 수술 날짜 받은 상태" 망가진 일상
그러면서 "불량 펀드에 가입해 병 든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람으로서, 기업으로서, 이것은 할 짓이 아니다"라며 "신한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죄해 노후 자금을 돌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른 피해자는 "현재 86세인 저의 부친은 광화문에 거주할 때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고객이었고, 전문적인 금융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었다"며 "부친이 제 계좌로 투자를 했고, 환매가 중단돼 큰 손실을 봤다는 걸 저는 2021년 9월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가입서를 확인해보니, 대리인 가입일 경우 필수 서류인 위임장과 저의 서명이 없었고, 본인 확인을 위한 해피콜도 없었다"며 "명백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자기들도 잘 모르는 내용의 사기 펀드를, 그것도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팔아놓고, 일방적인 배상 비율을 적용한 사적 화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환매 중단으로 오랜 시간 경제적,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신한이 내려야 할 결정은 100% 배상 한가지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