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수도권-지역의 의료격차는 의료보건체계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깨어있는시민문화체험전시관(관장 차성수)은 25일 낸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깨어있는시민문화체험전시관은 지난 15일 봉하마을에서 전문가·시민들이 참여해 "수도권 대학병원에 줄 선 지방사람들-벌어지는 의료격차, 멀어지는 건강형평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그 결과를 이날 내놓았다.
윤태호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와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공공보건사업실장은 각각 발제를 통해 "지역 간 의료격차가 왜 발생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수도권 대학병원이 몸집을 키우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윤태호 교수는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려면 전체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며,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민간-공공병원의 협력적 의료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민간병원의 공공성 강화도, 공공병원 확충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민간 의료가 발달해 있다고 하는 미국과 일본보다도 공공병상 비중이 작아 의료격차에 대응하려면 어떻게든지 민간병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태호 교수는 "수도권에 생겨나는 6600 병상은 인구 구조를 따져볼 때 수도권 환자들로만 병상을 채우기에는 너무 많다"며 "일정 부분 지방 환자들로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의료가 중요한데, 지방의 고령화 속도를 볼 때 비싼 돈 들여서 서울 병원에 치료받으러 다니는 상황이 10년 안에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김영수 실장은 "수도권에 '병원과 의료진 쏠림'을 해소하려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가 병상을 허가하고, 필수 진료과목 의사의 유출을 방지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의사 증원과 근무지 분포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병상을 크게 늘리는 데는 수도권 주민들의 요구, 의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조, 대학병원의 영리 추구라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실장은 "한국은 의사들이 수도권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의대생 정원은 수도권과 지방이 4대 6이었다가 인턴, 레지던트 정원은 6대 4로 역전하는데, 지역은 의대생을 잘 키워서 서울에 보내는 구조"라고 지목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의료격차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라며 "어느 제도 하나만으로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고 깨어있는시민문화체험전시관이 전했다.
차성수 관장은 "시민과 전문가가 격의 없이 토론하며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내 문제'에서 출발하는 '지역문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