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두고 "우울증", "남자친구와 결별이 도화선" 등의 발언을 한 최유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대한 조사요구안이 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됐다. 유족 측은 "교권침해로 상담 받는 수많은 교사들을 다 죽이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지난 26일 조사요구안을 제출하며 낸 보도자료를 통해 "최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고인(서이초 교사)의 생전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을 남발하며 고인을 모독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 "극단선택 예행연습" 등 선넘은 발언
최유희 의원은 지난 1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제1차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상대로 질의를 하며 "고인은 본래 우울증이 있었던 분인데 개인적인 것이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진 게 (사망의) 도화선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집에서 극단적 선택과 관계된 예행연습을 너무나 많이 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며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채팅앱에도 많이 접속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최 의원은 고인의 순직 심사를 신청한 유족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것은 유가족 중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여서 고인의 죽음을 공상처리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에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순직으로 이끌어가려고 하나' 이런 생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설 부교육감은 "말씀 주시는 부분은 처음 듣는다"며 난색을 보였다.
박 의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의원의 발언은 합리적 의견표출이라기보다 일종의 공격으로 보인다"며 "내용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법 제95조와 서울시의회 윤리강령 제3조를 거론하며 "최 의원은 공식 회의 석상에서 고인의 사생활을 모욕했고 고인과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로 시민들과 교육 현장의 공분을 사는 등 의원의 품위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요구안은 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의원 16명의 동의를 얻어 제출됐다. 윤리특별위원회는 의원 10명 이상이 찬성해 조사를 신청할 경우 조사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서울시 회의규칙 제84조의2). 윤리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추석 이후 회의를 잡아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숨 쉰 유족 "어떻게든 살아보려 한 교사에게..."
고인의 사촌오빠인 박두용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말 화가 난다"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병원에 간 것인데 (최 의원은) 마치 (고인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개인적 요인으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장은 근거를 갖고 해야 하는 건데 (확인되지 않은) 제보를 듣고 얘기한 것 아닌가"라며 "저희 유족뿐 아니라 수많은 선생님들이 교권침해를 극복하기 위해 상담을 받지 않나. 최 의원은 이들을 다 죽이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족을 대리해 고인의 순직 심사를 신청한 문유진 변호사는 "우울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정신적 스트레스지수를 급격히 높이는 특정 사건이 자살을 촉발했다면 (그 특정 사건이) 자살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26~27일 최 의원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서울시의회로도 찾아갔으나 답을 듣거나 만나지 못했다.